그는 한 마리 자벌레다
무릎 걸레로 반성문 쓴다
케렌시아*에 웅크린 주다반탁가**
자기가 자기에게 드는 겸손한 백기
얼룩에게 머리를 조아린 고백
풀풀, 괄호 밖 핑계거리가 수북하다
흔적은 결점의 다른 말
위장을 풀었다 펴는 자벌레
눈금 밖을 벗어난 자벌레의 배밀이
갖은 시행착오와 잘잘못을 물걸레로 훔치자
부끄러움이 환하게 돋았다
샅샅 무릎으로 ∽ 결 · 점을 지우려다
마루판 선명하게 남은 결이 숨은 때를 짚었다
물걸레질은 자신을 벼리는 행위
제 안의 옹이를 지우는 일
촉슬, 더 깊이 꿇어야겠다
물걸레로 읽은 주다반탁가 무릎경전!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나만의 안전한 장소’를 뜻한다. 내가 애착을 갖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애정, 애착, 귀소본능의 장소를 가리킨다.
**주다반탁가(Cudapanthaka): 부처의 제자로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 또는 주리반타가(周利槃陀伽)로도 음역된다. 산스크리트로 주다판타카(Cudapanthaka) 또는 주디판타카(Suddhipanthaka)라고도 한다.
◇전다형=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석사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평생교육원과 도서관, 문화센터 등 <치유적 시 창작> 강의.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와 연구저서「한하운 시의 고통 연구」가 있음.
<해설> 튼튼한 시어들의 융합에서 비로소 전형적인 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더러 숨바꼭질적 걸레질에서 비상의 다른 흔적의 기묘한 영험을 경험하는 십팔나한으로 추앙 받는 무릎경전의 대가 주다반탁가 영생의 옹이 지우기는 자벌레 케렌시아였다. 시어들의 상호 충돌적 파문에서 짜릿한 감흥이 파도친다. 좋은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