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 판사에 대한 형량 불만 (2)
혼돈의 시대 : 판사에 대한 형량 불만 (2)
  • 승인 2020.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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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느끼는 불만은 첫째 형이 너무 약하다, 둘째 무전유죄, 유전무죄 현상으로 재벌 재산범죄에 대한 형량이 약하여 일반인과 비교할 때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였다가 1년6개월 징역형 선고를 마친 손정우에 대하여 미국에서 다시 처벌하려고 범인인도청구를 한 사건에서 만일 손정우가 미국에서 처벌을 받으면 수십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종전에 선고된 형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또한 성폭행 사건 형량이 너무 약하다면서 일부 개인들이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하였다. 디지털교도소란 악성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는 인식하에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법적 심판 이외에 치명적인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자는 취지이다.
범죄행위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형이 적당한지에 관하여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면서부터 논의된 문제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한때 가장 오래된 성문형법으로 불리는 함무라비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보복법이 적혀 있다. 그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살인죄로 타인을 고발한 사람이 죄를 확증하지 못하면 그 고발자를 죽인다, 자유인의 눈을 뺀 자는 그 눈을 빼고, 뼈를 부러뜨린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대의 형벌의 기능은 다양한 바, 응보형과 교화형이 대표적이다. 응보형은 잘못을 저지른 자에 대한 보복의 차원에서 형벌이라는 해악을 가하는 것이고, 교육형은 잘못을 저지른 자가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의 목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것이다. 응보형의 경우 중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교화형의 경우 보복 차원이 아니므로 범인이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도록 교화에 더 치중하는 측면이 있어 응보형보다는 형량이 낮을 가능성이 많다.

국민들이 '형량이 약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의 한 가지는 법원의 양형 시 고려사항 및 양형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형법 제42조에는 유기징역은 30년 이하로 하고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악날한 범인이라도 유기징역 50년을 넘을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 판사들도 왜 미국 판사들처럼 징역 200년을 선고하지 않느냐'라고 탓할 수 없다. 5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기 위하여는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 많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가 여러 죄를 한꺼번에 재판 받을 경우 최고 중한 범죄 형량의 1/2까지만 형을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고 그 이상은 처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형법 제38조).
또한 자수한 경우 및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도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 경우 판사들마다 임의로 형량 감경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양형기준표'를 만들어 구체적인 사안을 예시하여 형법의 범위 내에서 특정 사안의 경우 얼마나 형을 감경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으로 정하여 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판사들은 형법 및 대법원 양형기준표에 맞게 형을 선고하여 전국적으로 형벌 수위의 통일성을 기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강력범죄에 대하여 형량이 약한 이유는 형법 및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표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형사 판결 선고가 판사들 마음대로라고 생각하게 된 큰 이유는 영화 및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정상적인 판사와 검사가 정상적으로 재판하고 일반인이 예상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되는 것으로 영화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그 영화는 전혀 재미가 없을 것이고, 무언가 구린듯한 판사가 피해자 또는 피고인 입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억울함을 가져다 주는 상식에 어긋나는 선처 또는 중형이 선고되어야 영화가 재미있다. 그런데 그러한 영화 내용을 마치 재판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국민들이 착각하면서 재판 불신이 가중되었다. 하지만 위 내용으로도 엄청난 금액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재벌 범죄에 대한 법원의 너무나 관대한 형량은 설명 불가능하고 국민의 불신은 지극히 정당하다.

법원은 국민이 원하는 기준에 맞는 양형기준표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하고, 재벌 범죄 등에 대한 관용적인 판결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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