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둔 오륜기·마스크 쓴 사이렌…경각심에 ‘위트’ 얹다
거리 둔 오륜기·마스크 쓴 사이렌…경각심에 ‘위트’ 얹다
  • 류지희
  • 승인 2020.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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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목걸이·자동센서 세정제
직접적인 생활용품 변화에 이어
그래픽 디자인·픽토그램 활용
거리 곳곳에 방역 수칙 메시지
올림픽 로고 등도 ‘거 리 두 기’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대상 모색
슬로베니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레 토우를리안은 코로나19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 로고들을 재탄생시켰다. 왼쪽은 기존 로고, 오른쪽은 코로나19 경각심을 표현한 로고.

 

[일상 속 디자인 기행] 코로나19가 몰고온 변화 바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함에 따라 디자인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바이러스 시대가 도래하기 전과 후의 우리네 일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온도차와 가치관도 변화하였다. 당연시 여겨왔던 생활 속 작은 부분들에서도 큰 의미를 발견하고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있다.

코로나시대에 직면하면서 가장 먼저 반응한 분야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시대상을 발빠르게 반영하며 일상 속 어느 것 하나에도 깃들여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마스크의 경우, 몇 달 전만해도 품절대란을 일으켜 물량자체가 공급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색상, 소재, 기능별로 다양한 종류의 패션마스크와 악세서리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가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패션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대면 시대에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은 그 자체로써 그 사람의 인상착의가 되므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에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되었다.
 

포스터3
지하철 내부에 픽토그램 표어와 가이드 그래픽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스터1
대구시내버스 내부에 붙어있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내 포스터.

◇온라인마케팅디자인 활성화 시대로

연이은 경제난으로 인해 값비싼 명품과 그럴 듯 해보이는 것들에 대한 과소비욕도 줄었다.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명품에서 필수품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예컨대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 생산 뿐만 아니라 코로나 예방 필수품을 함께 생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자국의 마스크 부족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의 생산 시설에서 마스크 1천만 장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였다. 또한, 디올, 겔랑 등 향수 및 화장품 제조 시설에서는 제품 생산을 잠시 중단하고 손 세정제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뷰티업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급격히 하락했다. 장기간의 마스크착용으로 인해 피부질환환자가 들어나면서 데일리 노메이크업(N0-makeup)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10대 소비자 유입과 K-뷰티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때 호황을 누렸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크게 위축되었다.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인 미샤의 매장은 같은 기간 550개에서 482개로 감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521개에서 470개로, 토니모리는 517개가 487개로 각각 줄었다. 그 밖에도 많은 뷰티업계들이 오프라인 가맹점을 폐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진한 오프라인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뷰티뿐만이 아닌 모든 산업문화경제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 결과, SNS와 같은 온라인마케팅디자인이 더욱 활성화 되면서 경쟁사들간의 열을 올리고 있다. 필자 역시 코로나19 이후에 카드뉴스이미지,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홍보콘텐츠물 등 온라인디자인에 대한 용역건을 훨씬 더 많이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인터넷 쇼핑업체의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언택트(Untact) 시대를 겨냥한 아이디어제품들의 소비도 큰 인기이다. 언택트는 접촉을 의미하는 컨택트(Contact)의 반대말로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비말을 통해 전념되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손잡이 레일, 문솝잡이, 살균기능은 물론이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춘 개인휴대 및 공공시설의 획기적인 소독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세심한 니즈를 반영하여 빈번하게 접촉을 언택트할 수 있는 제품들의 수요가 꾼준히 증가하고 있다. 손으로 잡지 않고 팔로 밀어 사용하는 손잡이부터 누르지 않아도 나오는 자동센서 손세정제까지 앞으로도 더욱 기발하고 다양한 언택트 제품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제품들 이외에도 간접적 넛지효과(Nudge Effect)를 주는 그래픽디자인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사람간의 거리두기가 세계인의 공공 슬로건이 됨에 따라 지하철, 버스, 각종 건물 및 공공장소에는 코로나의 경각심을 알리는 픽토그램디자인들이 눈길 닿는 거리마다 설치되어있다. 낯설은 공포와 함께 도래한 바이러스시대에 무언의 힘으로, 끊이 없이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디자인의 힘.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지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슬로베니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레 토우를리안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 로고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스타벅스의 마스코트 사이렌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를 담은 올림픽 로고와 마스터 카드까지 위트 넘치는 디자인으로 각박한 시대상을 풍자라도 하듯 친근하고 재미있는 작업물들로 웃음을 자아해내며 경각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끊날 듯 끊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어느샌가 처음이라는 낯설음과 두려움속에서도 우리는 바이러스시대에 점점 더 익숙해지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평생을 예방하고 적응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웃지 못할 헤프닝같은 날들에 디자인은 이렇듯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유연하고 기발한 방법을 고심하며 함께 이겨내가고 있다. 시대가 디자인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디자인이 우리가 원하는 시대상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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