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22) 거꾸로, 다르게, 신나게 경영하는 기업
[배종태 경영칼럼] (22) 거꾸로, 다르게, 신나게 경영하는 기업
  • 승인 2020.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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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경영자가 기업환경을 살펴볼 때 여러 프레임워크나 기법들을 활용할 수 있지만,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의 세 차원에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시대에, 이제 경영자들은 환경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미래의 모습을 먼저 생각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경영에 접근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 중후장대 설비 중심의 시대에도 경기하강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공장 증설이 끝나고 공장을 가동할 즈음에 경기가 회복되어 큰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도 그랬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 해외시장의 자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싸게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팔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 기회인 셈이다.

많은 것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눈을 돌려 살펴보면 좋은 것도 많다. '지구환경'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환경파괴가 주춤해져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어떤 기업가들은 새로운 사업들을 실험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며 다음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경영에서도 전통적으로 관습적으로 유용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얻게 되기 십상이다. 변화와 혼동의 시대, 위기 속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이 말은 사업 기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경영방식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거꾸로, 다르게, 신나게 경영해서 기업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첫째는 '거꾸로' 경영이다.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간' 축으로는 과거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아야 한다(Back to the future). 내가 먼저 돈을 벌려고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고 충족시켜서 그들이 먼저 돈 벌게 하면 내게도 수익이 생긴다는 생각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고객, 회사직원, 부품·원자재 공급자, 투자자, 지역사회, 환경과 다음세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성공을 돕고 함께 성장하는 '이해관계자 경영'도 크게 보면 거꾸로 경영이다. 기술혁신 과정에서도 우리나라는 기초연구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제품개발부터 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꾸로 응용연구, 기초연구에도 투자했다. 선진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거꾸로 한 것이다. "남에게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거꾸로 경영의 방식을 잘 보여준다.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 결국은 바른 생각이다.

둘째는 '다르게' 경영이다. 사실 기업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라고 볼 수 있다. 경영자는 늘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자에 비해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는 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차별화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사업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기존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틈새시장의 하찮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기업가들은 지금은 작지만 그 속에서 잠재력(potential)을 본다. 다른 시각에서 가능성과 새로운 기회를 본다. 작은 시장(공간)에서 시작해서 실험해보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피봇팅 해보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기업가형 경영방식이며, 이것이 비전과 잠재력을 보는 미래 경영, 다르게 경영이다.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3명의 친구들이 재미 삼아 시작했던 일이 오늘날 세계적 소셜 네트워크 회사 페이스북이 되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파는 회사가 되었다. 작은 출발이었지만, 큰 결실을 맺은 사례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당근마켓도 지금은 지역의 중고물품 장터를 만들어 사업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 혁신의 본질은 뭔가 새롭고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 경영도 다르게 경영이다.
셋째는 '신나게' 경영이다. 이제 기업은 최고경영진의 일반적인 지식에 의해 하향식(top-down)으로 움직이는 문화로는 경쟁에서 뒤처지기 쉽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고, 권한을 위임해서 힘을 실어주고, 직원들에게 자기 발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힘이다. 이는 경영을 인간, 즉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의 기반에는 공정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라는 송금 서비스앱을 통해 공인인증서나 보안 매체없이 빠르게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의 개발은 조직 구성원들의 강한 동기부여와 창의성,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정한 시스템을 기반으로(equity) 직원들이 공감하고(empathy),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empowerment), 역량개발의 기회를 주는(enablement) 기업은 직원들을 신나게 하고, 몰입하게 하고, 더 나은 성과를 얻게 된다. 직원들을 신나게 하는 경영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을 과도기로만 보고,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버티고 기다리는 것만 한다면 기회와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도 정상 상태이다. 다만 과거에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정상'(new normal)일 뿐이다. 우리 기업들이 거꾸로 경영, 다르게 경영, 신나게 경영으로, 즉 새로운 시간경영, 공간경영, 인간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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