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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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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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4월,

하얀 폭죽 터트리며

구름사이로 퍼지는 벚꽃나무 아래

풋 사과 깨무는 웃음 웃는

어린 여인들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율이다

10월,

꽃보다 화려한 단풍나무 가로수길

한무리 중년여인들의

막무가내 웃음소리는

세상의 운율보다 더 격렬한 자기고백이다

웃음도 지층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그 무렵 한 때의 웃음

꽃 필 때 나도 피고

단풍질 때 나도 떨어졌으니

뒹구는 마른잎들 순결하게 가벼워져

계절의 막바지 순조롭게 지나려고 제 몸

저렇게 오그려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여기를 통과해 나온 나는

어떤 웃음 웃어 세상 환하게 비출까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웃음을 이분법으로 통괄하는 해화(諧和)가 영모하다. 4월은 꽃이 피는 운율의 계절이요, 10월은 단풍지는 격려한 자기고백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시법의 웃음 지층이 아니겠는가.
4월은 풋사과 깨무는 처녀라며, 10월은 웃음이 헤퍼지는 중년이리라. 하마 지울 수 없는 순백의 여로가 상피처럼 말라가도 그 웃음의 지층을 뚫고 솟아나리라는 화자의 담백한 웃음이 귓전을 때린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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