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얀 폭죽 터트리며
구름사이로 퍼지는 벚꽃나무 아래
풋 사과 깨무는 웃음 웃는
어린 여인들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율이다
10월,
꽃보다 화려한 단풍나무 가로수길
한무리 중년여인들의
막무가내 웃음소리는
세상의 운율보다 더 격렬한 자기고백이다
웃음도 지층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그 무렵 한 때의 웃음
꽃 필 때 나도 피고
단풍질 때 나도 떨어졌으니
뒹구는 마른잎들 순결하게 가벼워져
계절의 막바지 순조롭게 지나려고 제 몸
저렇게 오그려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여기를 통과해 나온 나는
어떤 웃음 웃어 세상 환하게 비출까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웃음을 이분법으로 통괄하는 해화(諧和)가 영모하다. 4월은 꽃이 피는 운율의 계절이요, 10월은 단풍지는 격려한 자기고백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시법의 웃음 지층이 아니겠는가.
4월은 풋사과 깨무는 처녀라며, 10월은 웃음이 헤퍼지는 중년이리라. 하마 지울 수 없는 순백의 여로가 상피처럼 말라가도 그 웃음의 지층을 뚫고 솟아나리라는 화자의 담백한 웃음이 귓전을 때린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