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이 피워내는 행복한 향기
모란꽃이 피워내는 행복한 향기
  • 황인옥
  • 승인 2020.10.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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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인 슈바빙 김숙정展
궁중자수 현대회화로 재해석
복 부르는 상징적 동물 십장생
현대 부의 상징 車·집으로 대체
코로나로 작품세계 작은 변화
밝고 화려한 모란꽃 부각시켜
지친 이들에 위로와 희망 건네
김숙정작-오랜여행
김숙정 작 오랜여행-데이트.

모란이 흐드러진 꽃밭에 나비와 벌이 날고, 새가 우짖는다. 소재만으로는 서민들의 그림인 민화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소박한 민화라고 하기에 색채가 화려함의 극강이다. 순박함의 자리에 귀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작가 김숙정이 “양반이나 왕족들의 자수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싱긋 웃었다. “양반이나 왕족 등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더 많은 복을 누리고 싶은 염원을 밝고 화려하게 표현했던 궁중자수나 양반가 아녀자들의 자수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서양화가 김숙정 개인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신작 20여점을 걸었다. 주로 올해 제작한 작품들인데, 이전 작업과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대구에 코로나 19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제작 순서대로 어가면 코로나 19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심리적인 변화가 오롯이 읽힌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즐기거나 온 가족이 집안에서 화목한 한 때를 보내는 ‘행복한 이야기’를 그렸던 이전 작품과 달리 올 봄에 그린 작품에는 모란꽃밭이 등장한다. 이전 작품에 다양한 소재들 중의 하나로 표현했던 모란이 신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

꽃밭을 보고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특히 여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작가가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로하기 위한 그림”이라고 했다.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올스톱 되는 상황이 되니 창작 아이디어마저 스톱되었어요. 뭔가 위로가 필요했어요. 모란꽃밭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죠.”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고 대구에 코로나 19가 잦아들면서 즐겨 그리던 소재인 자동차나 집이 다시 등장한다. 작가의 마음에도 조금씩 온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시점이다. 하지만 자동차나 집 그림에 모란도 함께 등장시킨다. 여전히 코로나 19로 인해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애잔해진 대구에 대한 감정 때문일까? 수성못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돼지커플을 그린 그림도 보인다. “코로나 19가 잠잠해 지면서 자동차 시리즈가 다시 나오고 예전의 해학적인 느낌도 표현했지만 사랑과 행복에 대한 염원은 더욱 짙어졌어요. 제목도 대놓고 ‘희망(hope)이라고 지었어요.”

궁중자수를 현대회화로 재해석 했다는 흔적은 그림 곳곳에서 발견된다. 궁중자수에서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동물로 표현되었던 십장생을 현대인의 부의 상징의 표상인 집이나 자동차로 대체하거나 명품 선글라스나 외제자동차를 새롭게 등장 시키는 등의 작가적 해석이 눈을 사로잡는다. 표현기법도 자수의 흔적이 엿보인다. 모란의 꽃이나 줄기 잎 등의 붓터치가 마치 자수를 놓은 듯 색다르다.

이처럼 소재나 표현방식에서 현대적인 변화를 모색했지만 궁중자수 본연의 취지는 흩트리지 않고 더욱 강화된다. 그것은 바로 부귀영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기원이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 같아요. 가족이 모두 행복한 무탈하고 영예로운 날들을 더 간절하게 기원하게 되었어요.”

삶이 변화에 따라 시각적인 표현은 변화했지만 주제는 변함없이 ‘여행’이었다. 작가에게 여행은 인생에 대한 은유다. ‘삶이 곧 여행’이라는 철학은 자동차나 집의 형태로 은유되어 왔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인생과 여생은 닮았다는 생각에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고자 했어요. 옛날 소재부터 현대의 소재까지 한 화면에 조화롭게 구성하면서 과거와 현대로 이어져온 삶의 여행을 표현하고 있죠.”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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