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환경은 지성보다 힘이 세다
[재테크칼럼]환경은 지성보다 힘이 세다
  • 김주오
  • 승인 2020.10.25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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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를 만드는 건
높은 지능이나 영감이 아닌
자신에 맞게 설계된 투자환경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세계 최대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지난해 가장 비싸게 팔린 품목은 약 54억에 낙찰된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참가권’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자신과 점심을 먹으며 질문을 할 수 있는 참가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낙찰자는 최대 일곱 명까지 지인을 초대해 버핏과 함께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세 시간가량 진행되는 이 자리에서는 버핏의 향후 투자처를 묻는 것을 제외한 어떤 질문도 가능하다. 점심식사 경매를 통해 번 돈은 전액 버핏의 사별한 아내 수잔 버핏이 활동했던 빈민구제단체 글라이드 재단에 기부되는데 버핏에게 기부를 위한 식사 이벤트를 처음 제안한 것 역시 수잔이었다고 한다.

낙찰가가 높다보니 매년 낙찰자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낙찰을 받은 헤지펀드 매니저 토드 웨슐러는 두 번째 식사 이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매니저로 영입되어 화제가 되었다. 2007년 낙찰자인 모니시 파브라이와 가이 스파이어는 낙찰금이 훌륭한 자선단체인 글라이드 재단으로 가며 덤으로 버핏과 점심을 먹는 것이기에 버핏과의 식사에서 구체적인 이득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저 버핏을 직접 만나 그동안 자신들에게 가르쳐 준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할 기회라는 것이다. 가이 스파이어는 버핏과의 만남 이후에 책을 통해 버핏에게 얻은 가르침을 나누기도 했다.

가이 스파이어가 쓴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따르면 처음에 그는 ‘외면적 평가’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고 그래서 잘못되기 쉬웠다는 것이다. 버핏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스파이어에게 “외면적 평가가 아니라 항상 내면적 평가에 따라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다른 사람이 정한 점수판에 맞춰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애쓰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의 인정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버핏이 강한 이유도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철학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서이다. 그는 무엇이 옳은가를 따질 뿐만 아니라 무엇이 자기에게 맞는지도 함께 따진다.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통해 스파이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버핏의 장점은 본성과 완벽하게 조화된 생활방식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환경이 우리를 바꾼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환경을 선택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올바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은 우리보다 나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을 닮아가는 것이다. 모방 능력은 인류의 진화를 이끈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버핏과 평생을 함께한 찰리 멍거 역시 “사상이 훌륭했던 과거 인물을 모방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버핏은 지난 수십 년간 좋은 환경을 만들어왔다. 환경은 지성보다 힘이 세다.

스파이어는 버핏과의 점심식사 이후 6개월이 지나자 취리히로 이사했다. 소음을 걸러내려면 지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적절한 프로세스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버핏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버핏의 지능을 복제할 수는 없더라도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은 모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사무실 내부와 펀드의 구조도 자신에게 맞게 변경했다. 현명한 투자자를 만드는 것은 높은 지능이나 번뜩이는 영감이 아닌 자신에게 맞게 설계된 투자환경이다. 버핏의 탁월한 성과에는 그가 평생 자신에게 맞게 설계한 구조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도 투자에서 승산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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