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파동
독감 파동
  • 승인 2020.10.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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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파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어떤 현상이 퍼져 주위에 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올해 독감접종은 그 시작부터 좌충우돌 하며 시끄러웠고 지금은 접종 약의 불신까지 겹쳐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민국은 다들 공포에 휩싸여 있었고 올 가을?·겨울 트윈데믹이라는 쓰나미를 염려해 독감접종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늘었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독감 약은 해마다 년 초에 생산 물량을 예상해 생산량을 정하고, 필요하다고 언제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모자란다면 사실 여기서부터 분배문제 걱정을 해야 했다. 철없는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전 국민 무료라느니 우리지역 주민은 무료로 해주겠다느니 이런 무책임한 얘기를 하기 전에 독감 약의 사정을 살펴야 했는데 그렇게 책임감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2번째 잘못 끼워진 단추는 독감접종약 가격의 이원화였다. 어르신 독감접종 대상 연령을 만 65세에서 62세로 낮추었고 만 6개월에서 12세까지 무료접종 대상자를 만 18세까지 확대를 해서 무료접종 대상자가 늘었다. 그럼 당연히 예산도 숫자가 느는 거만큼 늘려야하는데 늘어난 숫자가 100이라면 50정도만 예산을 책정하다보니 무료독감접종약의 가격을 일반 독감 약의 60% 조금 넘는 가격만큼만 책정하였다(차액은 고스란히 제약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 당연히 제약회사는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소청과에 공급하는 무료접종약의 공급을 작년 양의 심지어 50%까지 낮추었고 우리 소청과는 약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제약회사마다 전화해서 애걸복걸하기도 하고 화도 내보았지만 약은 턱없이 부족하게 공급되었다. 게다가 접종약의 배송은, 전문업체가 콜드체인의 시스템을 갖추고 평소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활용해 제때제때 적절한 곳에 배분하고 쓰는 양을 봐가며 조절을 해야 하는데 나라에서는 가격 이원화뿐만 아니라 13세 이상 청소년독감은 나라에서 일괄 구입해서 공급하고 12세미만은 평소처럼 민간 구입하게 했다(일괄 공급은 맞춤 배송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공공구입과정이나 배송에 문제가 많을 거라고 안 된다고 우겨보았지만 우리말은 무시되었고 가격입찰에서 너무 낮은 가격 때문에 4번의 유찰과정을 걸쳐 5번째 경험이 없는 그 유명한 신성약품에 배송을 맡기게 되었다. 알다시피 배송과정의 문제를 일으켜 그나마 모자라는 약을 일부 폐기처분하고 청소년 독감 약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일부 백신에서 단백질이 응고된 흰색 물질이 발견 되었다 해서 회수 조치하는 촌극까지. 너무나 일도 탈도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리고 접종 날짜도 22일에서 25일 오후 또 다른 연령은 10/13일부터, 어르신 독감 날짜도 조정을 거쳐 중구난방이었다.

일 단 약 공급의 문제를 넘어서 접종 과정에서도 약이 없다 청소년 독감 약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을 안고 시작한 접종으로 한꺼번에 접종하러 사람이 몰리면서 아수라장도 그런 아수라장이 없을 정도였다. 접촉의 문제로 하루 100명 선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지키다보니 접종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늦게 가면 못 맞는다는 불안감을 부추기고 하루에 전화 몇 백통에 우리 앞에서 왜 잘리냐며 소리치는 보호자, 게다가 접종하기 싫다고 울며 발로 차면서 우는 아이들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모자라는 약은 빨리 소진이 되어버렸고 그 후 하루에 100여 통의 전화를 받아 약이 없다 죄송하다는 얘기를 계속하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접종을 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하고 막막할까. 없다면 더 갖고 싶고 더 불안해지는 심리까지 겹쳐 독감 약 파동이 이어졌다. 3달에 걸쳐 맞추어야할 접종 약을 20일 정도에 모두 소진하였고 그 후 나라에서 공급해준 청소년 독감 물량도 내 예상양의 50%만 받다보니 며칠 만에 소진을 해버렸다. 각 병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배분한 결과였다.

19일부터 시작된 어르신 독감접종도 약이 없다는 불안감으로 아침 8시부터 건물 내 차가운 계단에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고 내과앞 도로는 긴 줄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접종하러왔다가 병을 얻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 후 독감접종 후 사망사례가 발생하였고 약의 문제로 얘기를 하지만 의학적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같은 접종약이었고 아이들은 사망사례가 없었다. 다만 차이라면 배송 과정이 달랐을 뿐이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무리해서 맞은 건 아니까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국토지공사의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건축비가 일반 분양 주택의 건축비에 비해 턱없이 낮아 새집에 물이 들이치는 경우가 흔하다는 뉴스를 봤는데 공짜나 공공이 다 이럴 거면 이것이 복지일까? 하물며 시즌 독감접종 수요 예상도 못하는 정부가 급하게 단순 수치만 보고 공공의대를 밀어부친다면 그 부실이 어떨지 또 그 피해는 누가 고스란히 감내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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