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마을회관 ‘당근마켓’을 위한 ‘슬기로운 당근생활’이 필요하다
언택트 마을회관 ‘당근마켓’을 위한 ‘슬기로운 당근생활’이 필요하다
  • 승인 2020.10.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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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혹시,, 당근이세요?" 어색함을 입은 질문이다. 맞선에 맞먹는 두근거림이다. 인상착의는 들었지만 100% 확신이 서지 않으니 직접 물어볼 수밖에. 그래도 기분 좋은 만남이다. 원하는 물건 싸게 사서 좋고, 쓰지 않는 물건 돈을 받고 팔 수 있어서 좋다. 그것도 우리 집 근처에서 말이다. 이제 '당근마켓'을 모르면 우리 동네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근마켓'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이용자 거주지를 기준으로 반경 6km 안에서 판매하는 중고 물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당신의 근처에 있는 중고마켓'을 의미로 당근마켓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은 전국 대상인 반면 당근마켓은 지역, 그것도 동네 기반이다. 거래도 입금 완료 후 택배 발송이 아닌 직접 대면 거래가 대부분이라 제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기존 시장을 파고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5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은 지난 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천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 MAU 백만 명에서, 2019년 3백만 명을 돌파했는데, 작년 대비 올해 두 배 이상 MAU가 늘었다. 당근 마켓 앱 누적 다운로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미 천만을 넘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소비가 침체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단순히 중고거래의 활성화나, 지역거래의 편리함으로 당근마켓의 성공을 이야기하기엔 부족하다. 하루를 당근마켓에 올라온 중고물품과 댓글을 읽으며 마무리한다는 이용자들의 후기가 보여주듯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 가깝다.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다. 당근마켓에 수영복을 구매하려던 엄마가 남긴 "코로나 상황인데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OO 수영장은 계속 운영을 하더라, 수영복이 더 필요할 것 같아 구매하고 싶다"는 댓글에 "OO 수영장 다니는 사람입니다. 현재 운영하지 않습니다"로 아들의 거짓말이 들통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당근마켓이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에피소드다. 지난 9월 초부터는 아예 '동네생활' 메뉴를 전방에 내세워 지역 커뮤니티에 불을 지폈다. 실제 앱스토어에서 당근마켓 앱이 '쇼핑' 카테고리에서 '소셜' 카테고리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다.

반면,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부작용도 생겨났다. 물품을 직접 보고 거래하기 때문에 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사기 행각의 비중은 줄었지만, 거래를 할 수 없는 전문 의약품이 버젓이 거래되기도 한다. 게다가 지난 10월 초에는 신생아를 20만 원에 입양 보내겠다는 게시물로 인해 우리나라의 미혼모 복지와 신생아 입양제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대면 거래이기 때문에 대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당근마켓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하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채팅창에 부적절한 메시지가 감지되면 주의 안내와 경고 메시지가 자동 전송되고, 이용자가 즉시 신고할 수도 있다. 신고된 이용자는 운영 정책에 따라 강제 로그아웃 및 영구 차단 조치가 가해진다. 이렇게 이용 중지된 사용자는 같은 전화번호로는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예방이 아닌 사후 조치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판매자에 대한 모니터링은 쉬우나 구매자에 대한 모니터링은 쉽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21년 트렌드 중 하나로 'N차 신상'을 꼽은 만큼 앞으로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몇 번째 당근' 인지를 묻는 댓글도 꽤 올라오고 있다. 중고제품을 '새로운 신상'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니 당연히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은 당근마켓의 성장이 당연해 보이는 이유다. 이제, 당근마켓은 하나의 커뮤니티다.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기능이 아닌 우리 동네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이용자들의 건전한 이용 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실명제 이름 가입과 활동 실명제가 거론되기도 하고,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이용자들이 악성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자는 이용자들의 댓글에서 '슬기로운 당근생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공간의 가치는 이용자가 만든다. 잘 지은 마을회관이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관리 규정과 함께 이를 지키는 이용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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