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
기업, 기업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
  • 승인 2020.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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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 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타개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삼성그룹 관련주의 주가동향과 상속 그리고 그분의 어록이다. 어떻게 상속하는냐에 따라서 삼성그룹 관련 회사의 주가 움직임이 다를 것이고, 반대급부로 보유한 회사의 주식 평가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공개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얼마인지 추정이 가능하고 이를 근거로 납부해야 할 세금이 10조원 정도의 천문학적인 거금이라는 내용들이다.

다른 하나는 그분이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사장단 회의에서 한 말씀이다.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라고 말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내용인지라 다들 인식하고 있어 크게 놀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革新)은 한자어의 의미처럼 가죽을 새롭게 하는 것 즉, 뼈를 깎고 살을 에인다는 말처럼 실천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마누라와 자식 말고’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은 유산이 없이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모으고 기업을 창업하여 육성시킨 자수성가형 기업가는 아니다. 그분의 할머니가 억척같이 일해 모은 재산을 다른 자녀들에게는 먹고 살만큼만 주고 대부분은 장남에게 물려주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병철 회장은 이미 연수확 3백석 정도의 재산상속이 있었기 때문에 마산에서 협동정미소를 설립하여 경영할 수 있었다. 그는 토지에 투자하였다가 실패하고 1936년 대구 인교동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하여 경영에 성공하였다. 삼성상회의 주업종인 무역업과 제분, 제면업이 궤도에 오르자 바로 조선양조주식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하였다. 해방 이후 대구에서 시류를 관망하다고 상경해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하였으나 6.25동란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쟁통에 조선양조의 호황과 홍콩으로부터 수출한 미수금 3만 달러를 받게 되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1953년에는 제일제당 설립으로 상업자본을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면서 기업을 변화시켜 나갔다. 이후 위험분산과 이윤극대화를 위해 경영 다각화를 통해 시장적 기회가 큰 업종을 선택하여 혁신적으로 개척했으며, 모두가 안된다고 말린 반도체 사업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경영 다각화는 경제력 집중 현상으로 이어져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말로 불려지면서 재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은 재벌 탄생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의 생성한 기간은 짧은 기간인 불과 20~30년 정도 걸렸으며, 상대적으로 경제력 집중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국가 권력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공업화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한 기업가가 재벌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겨우 해방 후에는 귀속기업의 불하, 군정시기에는 달러 배분 그리고 정부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의 시행과정에서는 정경유착으로 금융 및 외환 등의 특혜로 재벌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처럼 업종 전문화를 통해 경영규모를 확대시킴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시장의 협소, 해외시장의 개척 및 금융조달의 한계로 실패한 사례도 많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 것 같다. 성장을 위해 분배적 정의를 왜곡했다고 비판 받던 재벌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혁신을 하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 오늘날 경제산업 환경이다. 어느 듯 재벌 2세 경영자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회장의 죽음을 통해 개발도상국 때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던 재벌에 대한 선입감을 벗고, 생존하기 위해 끝없이 혁신을 거듭해야 하는 그들의 고뇌를 공감하는 인식의 변화를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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