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퇴 쓴 황교안, 싸늘한 종로 민심
[기자수첩]사퇴 쓴 황교안, 싸늘한 종로 민심
  • 승인 2020.10.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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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억 서울정치부장
최대억 서울정치부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즈음 서울 종로구 조직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배경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낙선한 황 전 대표는 종로구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한 후에도 종로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지역 기반을 다져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는 28일 저녁 6시 서울 대학로의 모 식당에서 17개 행정동(87개 법정동) 중 일부 운영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종로구민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문제는 사의 시기가 앞서 황 전 대표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바닥을 들어낸 권리당원 숫자 보고를 받은 직후와 맞물린다.

더구나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인 보궐선거 체제로 당원을 늘리기 위해 척박한 종로 땅에 자신의 조직을 뿌리내리게 하는 등 위원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지는 모습도 없이 회피하는 모양새에 당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신중하지않은 그의 처사에 질타가 이어진다.

실제,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 삼청동의 경우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 당시 160명 수준이었던 권리당원 모집이 29일 현재 3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를 난세영웅(亂世英雄)까지도 바라지 않았던 종로구 당원들은 요사이 바닥난 국민의힘 권리당원 모집 집계치를 통해 황 전 대표가 현실을 직시하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데 두 팔을 걷어 부칠 것으로 기대에 차있었다.

오히려 당원들이 나서서 보고 시점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최순실이라는 여인이 세상을 쥐락펴락한 데이어 국가를 통치해야 할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엄동설한 속에서도 버텨온 진짜 국민의힘 지지자의 등을 돌린 시점이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으로 연출한 셈이 된다.

종로구 국민의힘 핵심 당원은 이날 대구신문과 만나 “지난 4월 총선 때 종로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맞붙어 패한 이후 조직위원장을 유지하면서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황 전 대표가 종로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퇴라는 매우 간단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종로구 바닥 민심 수습의 심각성을 외면한 듯, 그럼에도 황 전 대표는 최근 총선 과정에서 함께 일했던 전·현직 의원들과 식사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물밑에서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하기에는 공교롭게도 권리당원 현황 보고 시기와 맞물려 억울하게 의심 받을 빌미는 없어진 꼴이된다.

황 전 대표가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만큼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하나 당원 입장에선 그가 극단에 빠진 당원을 상대로 극단의 논리로 움직였다고 판단해 일단 그에 대한 편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야의 대권 후보가 사활을 걸고 승부를 벌여 온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전날 호적을 정리한 황 전 대표에 대한 종로구 범보수의 핵심 민심은 오늘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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