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책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 승인 2020.10.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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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책 읽기는 중요하다. 이에 대하여 반대를 펼칠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책 읽기란 문자를 해득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이입하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며, 새로운 상상을 한다. 활자 속에 숨어 있는 뜻, 글자가 비유하는 대상, 작가의 의도를 으며 어휘력은 서서히 확장된다. 아이는 책에 나온 새로운 단어를 사용해 보고, 표현을 모방하면서 쓰고 말하는 기술을 학습한다. 독서를 통한 아이의 성장은 경이롭다.

사실 수험 공부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독서는 중요하다. 특히 이들에게는 문학과 비문학을 넘나드는 속 깊은 독서가 필요하다. 각종 사안에 대한 깊은 식견을 가지기 위한 방법 역시 독서뿐이다. 독서가 시험 문제를 맞히는 것과, 회사에서 괜찮은 기획을 하는 것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무엇보다 밀접할 수도 있다. ‘어휘력이 좋아져서’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니다. 이유가 명쾌하지 않지만 시간을 내어서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어릴 때 제대로 읽지 않았다면 더욱 힘이 든다. 그래서 어린 시절 독서 습관이 너무나 중요하다.

어린이의 독서습관이란 결국 책을 즐길 줄 아는 생각을 가지게끔 돕는 것이다. 아무 활동을 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것도, 같은 책을 오랜 시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작은 토막글을 읽고 논술을 해 보는 것도 모두 좋다. 다만 아이들이 책을 즐기고 가까워지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 학생이 독서를 과제로 느끼지 않도록 아이의 특성에 맞는 독서를 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온 가족이 하루에 20분이라도 독서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너무 억지로 줄글 책으로 바꾸는 것보다 점차 글자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독서를 편식하는 아이라면 좋아하는 책은 좀 더 깊은 내용으로, 힘들어 하는 주제라면 얇거나 만화가 포함된 것, 쉬운 내용의 책을 선택하자. 도서관에 놀러가면서 십진분류법에 따라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등 골고루 하나씩 차례를 정하고 읽는 규칙을 정해도 좋겠다. 강제가 아니라면 놀이로 여겨질 수 있다.

나는 올해 2학년 친구들과 함께 책쓰기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직접 책을 써 본다는 생각으로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작가나 독자 등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 삽화만 쭉 넘겨보는 독서도 있었고, 글자의 배치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독서도 있었으며, 어떨 때는 작가의 말을 집중해서 읽어보는 독서도 있었다. 표지 디자인을 선정하는 회의에서는 업체의 시안 몇 가지를 두고 제법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다. 뒤표지가 너무 허전하다느니, 제목 서체가 너무 단순하다느니, 자신의 책을 보여주면서 이런 식으로 글자를 볼록하게 할 수는 없냐는 등 아이들의 의견을 들으며 나도 깜짝 놀랐다. 꼭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쓰기의 활동 역시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 줄 수 있다.

얼마 전 반가운 선생님 한 분께서 내게 온라인 초대장을 보내주셨다. 링크를 클릭하니 책축제 카카오톡 채널로 연결되었다. ‘2020 대구 학생 온라인 책축제’는 온라인으로 어제까지 열흘 간 동안 열렸는데 카카오톡 채널 기반으로,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축제’ 답게 접근성이 좋았다. 코로나 일상에서 교육청의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실시된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매끄러운 진행이었다. 또한 각종 부대 행사들을 카드뉴스 등의 기법으로 시각적 효과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운영한 점도 신선했다.

학생들은 책축제에서 ‘책 너머 책’이라는 부제 아래, 종이책을 넘어, 지식을 넘어, 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와 클래식 콘서트, 사연으로 책쓰기, 나만의 영상 만들기, 책 보고 책 받기 등 학생 참여 프로그램들의 형식도 다채로웠다. 이러한 행사들은 결국 대구의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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