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TK의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윤덕우 칼럼]TK의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 승인 2020.11.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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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대통령은 어디에 있습니까.” 국민의힘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격 살해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해명을 압박했던 문구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민들은 오히려 “TK의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라며 반문하고 있다. 당·정·청의 수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곽상도 의원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감 내내 힘 한번 쓰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들’이다. 몰표를 몰아준 지역 유권자들로서는 여당의 놀림대로 ‘국민의짐’이 될까 노심초사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초선은 그렇다치고 절반이 넘는 3선의원과 재선의원이 있지만 그들 역시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선수나 늘리고 자리 보전(保全)에만 만족하는 듯하다. 지역구에서는 특별교부세 좀 받은 것으로 생색내고 다니기 바쁘다. 특별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 균형을 위해 각 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지방교부세 가운데 일정한 조건을 붙이거나 용도를 제한해 중앙정부가 보내주는 자금이다. 그러니까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지역구에 받는다. 반면에 제1야당의원으로서의 전투력은 전무하다. 그래서 그런지 혹자는 TK국회의원들을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공무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치열한 경쟁없이도 중앙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때문이다. 당선되면 보신에만 급급하다. 제1야당이 된 지금도 정권 눈치보기 바쁘다. 특히 재산이 많은 의원들은 선수에 관계없이 몸사리기 바쁘다. 무슨 공천과정에서 약점이 있었는지…. 그러니까 자기직책에서 적당히 눈치보며 비판하는 시늉만한다. 지역민들 사이에는 “그렇게 용기없이 국회의원은 왜 하노”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 그는 일찌감치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갇힌 ‘웰빙정당’으로 표현했다. 그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는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가리켜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들’만 가득하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의원들이 국회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4년을 보내버리기 때문에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라며 “첫째로 지식·용기·도덕성이 있는지 기본 자질을 따지고, 둘째로 ‘전투력’ ‘열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기본 실력’이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의 지적은 제1야당이 된 21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자질이다. 그는 인재선발 기준으로 거친 들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들꽃 같은 젊은 인재들 등용을 제시했다. 하지만 황교안 전 대표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온실속 화초들’만 공천했다. 대구경북은 더욱 그러했다. 황교안 전 대표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결과에 책임진다고 했지만 무슨 책임을 졌는지 모르겠다. 약체 야당만 만들어놓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 전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약체 야당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지 모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그들이 무슨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급기야 박관용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이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장 면전에서 “야당이 야당역할 못한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제출해서 다음 정권을 잡아야 하는 정당”이라며 “정당이 그 역할을 해야되는데 야당이 그 역할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다 못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연일 자신의 친정을 호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1일 국민의힘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2중대 정당이냐”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되려 하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로부터 신원 확인과 몸수색을 당해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사전 환담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제1야당이 얼마나 무능하면 그런 일이 생겼을까. 홍준표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권이 뻔뻔한 이유는 역사상 최약체 야당을 만났고 무조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야당의 분발을 촉구했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가운데 수성을에서 수성갑으로 선거구를 바꾼 주호영은 5선, 서구의 김상훈과 달서을의 윤재옥은 3선, 중남구 곽상도· 동구갑 류성걸·달성 추경호는 재선의원이 됐다. 경북에서는 포항북의 김정재·김석기·송언석·이만희·임이자·김희국 의원 등 6명이 재선이다. 20대 총선에서와 달리 25개 TK지역구(대구12개·경북13개)에서 무소속인 홍준표 당선인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이 싹쓸이했다. TK 25개 지역구 가운데 48%인 12명이 초선이다. 대구에는 강대식(동을), 양금희(북갑), 김승수(북을), 홍석준(달서갑), 김용판(달서병) 5명이 경북에는 김병욱(포항남·울릉), 김형동(안동·예천), 구자근(구미갑), 김영식(구미을),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윤두현(경산), 정희용(고령·성주·칠곡) 7명이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의원들은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이 아닌 제1야당의원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유권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용기있는 정치인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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