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전당원투표는 발의서명인 수 100분의 10을 충족해 청구된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20∼30일 이내 선거운동을 거쳐 실시된다. 이후 결과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의 투표,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이번 전당원투표는 이런 모든 당헌에 명시된 과정을 생략한 채, 지도부 직권으로 진행됐다. 아울러 최종 투표율조차도 권리당원의 약 26%에 그치면서 전당원투표 성립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 대외적인 유효성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런 선택을 좋게만 여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단체장들의 성비위에 따른 공석으로 치러지게 되는 보궐선거의 공천을 강행하는 명분으로 쓸 전당원투표조차 저조한 투표율과 절차적 문제를 이렇게 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속이 천불이 난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투표의 성격을 '여론조사'로 규정하고 해당 조항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구멍을 메우려 당의 헌법이자 국민과의 약속인 당헌조차 입에 맞게 뒤집어가며 자신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그 어디에서도 이번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하여 보통의 국민,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 바라는 모습은 없다. 그들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도 당사자들은 들은 척도 없다. 국민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선거에 대해 진정성있는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당시 도입된 '무공천'원칙 폐기로 응답했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현행 당헌 96조 2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당헌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무슨 이현령비현령의 촌극인가.
이낙연 대표는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했고 이러한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21대 국회의 첫 구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되었다. 이런 민주당이 '도덕적'이라는 단어를 국민 앞에서 언급하는 것, 과연 그들이 '도덕'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 지도부는 86%라는 숫자놀음으로 국민의 뜻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자성과 뉘우침으로 한없이 국민 앞에 송구해야 할 시기다. 전 국민도 아닌 더불어민주당 전 당원의 26% 중 86%의 찬성은 언론플레이를 할 숫자가 결코 아니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대한민국 최대 도시의 단체장이 국민, 특히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는지에 대해 민주당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 두 사건으로 잊혀진 듯한 안희정 전 지사 역시 민주당의 소속의 단체장이었다. 자신들이 정한 최고의 규칙조차 보란 듯이, 아니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졸속으로 단서조항 하나 붙여 억지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이러니 정치동아리, 운동권학생회정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위력 성폭력, 특히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반복적인 성폭력 사건은 더욱 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 여당은 침묵과 '피해 호소인'과 같은 말장난으로 피해자들을 2번 3번 죽이는 것부터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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