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같은 그림…老화가의 동심 속으로
낙서같은 그림…老화가의 동심 속으로
  • 황인옥
  • 승인 2020.11.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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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세열 화업 60년 조망
대구신세계·쇼움갤러리서
대표작품·영상 아카이브 소개
무구한 시선으로 경험 압축
숫자·기호 바탕 형상 재구성
오세열untitled2019
오세열 작 무제.

검은 여백에 1~10까지의 숫자가 빼곡하게 적혀있고, 그 위 하단에 작은 호롱불을 밝히는가 하면, 어린아이 낙서같이 빼곡하게 채운 형상들 중간 부분에 작은 선반을 그리고 연필, 꽃병, 사과, 숟가락 등 연관 없는 물건들을 진열했다. 모두 평면에 그린 그림인데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작가 오세열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나 느낌을 압축한 회화다.

오세열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순진무구했던 동심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 새로운 이야기로 엮는다. 해박한 지식이나 심오한 깊이보다 본능으로 다가선 마음 속 풍경이다. 오세열은 1945년 태어난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아련한 기억 속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특히, 어린 아이의 낙서를 떠올리게 하는 숫자나 기호, 여러 가지 사물 등을 통해 우리의 삶과 흔적들을 뒤돌아보게 이끌며 호평을 받아왔다.

오세열 작업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대구에서 처음 선보인다. 대구신세계갤러리와 쇼움갤러리에서 연달아 열리는 것. 이번 전시는 작가의 화업 인생 60년을 시대적 배경이나 시기적으로 변화하는 화풍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오 화백 초기작에서부터 최근 신작까지를 총 망라한 대표작 30여 점과 영상 아카이브 등.

오세열 작품의 특징은 거친 표면 처리와 마띠에르다. 못 끝으로 긁어서 상처를 낸 화면은 우리 속에 생채기 난 무언가를 되살려내는 느낌이 짙다. 무수한 층의 물감을 반복적으로 긁어낸 작업은 내면에 깔려 있는 세계를 찾기 위한 작가의 정신 세계이며, 기억 저 편 동심에 머물고 있는 구도자의 몸짓의 다른 표현이다. 또한 캔버스를 거칠게 가득 채운 반복되는 숫자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작품의 또 다른 주제인 인물상은 두상을 강조한 전신상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미술에서 본 듯한 느낌이 짙다. 눈에 보이는 모습대로 그리지 않고 그 대상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으로 형상을 왜곡, 해체, 재구성해 그 내용을 암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표피적인 감각을 초월해 근원적인 무언가를 찾으려는 독특한 감성으로,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모습을 채색화된 도상으로 표현한 것. 대구신세계갤러리 전시는 23일까지며, 쇼움갤러리 전시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무료.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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