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시골 아낙네에게 물어 구슬을 꿰었다(孔子穿珠)
공자가 시골 아낙네에게 물어 구슬을 꿰었다(孔子穿珠)
  • 승인 2020.11.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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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도 모르는 것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다-
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10월 31일 경주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손자가 분장을 하고 저녁 6시에 나갔다. 아이들끼리 ‘핼러윈데이’ 행사를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읍천사택에서는 학년별로 아이들이 괴기하게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고 있었다. 그 날 필자는 동해바다에서 휘영청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대구로 향했다.

보름달은 원래 한 달에 한 번 뜨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10월에는 2일(추석)과 31일(핼러윈데이)에 떴다. 두 번째 보름달을 서양에서는 블루문이라 부른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을 희망과 발전의 상징으로 좋게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불길한 징조로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은 민족의 거대한 축제일이다. 씨름, 강강술래, 달맞이 등 행사도 다양하게 많다. 음식도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는다. 그리고 제사상도 햇과일로 골고루 차린다. 대보름달을 쳐다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핼러윈데이’는 서양의 축제이다. 서양의 새해 첫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이었다. 이 날은 ‘모든 성인들의 날’이다. 10월 31일은 모든 성인들의 전날 밤(이브)이다. 이것에서 유래하여 ‘핼러윈(Halloween)’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날 밤 서양의 어린이들은 해적과 마녀로 분장을 하고 이웃집에 다니면서 ‘과자를 달라! 안 주면 장난 칠거야!’하면서 초콜릿이나 사탕을 얻어 갔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다음날 11월 1일이 되면 ‘모든 성인의 날’이 되어 새로운 것들로 변화한다는 의미 부여가 있는듯하다. 성인(聖人)은 지혜와 덕이 뛰어나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오래도록 본받을만한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동양의 대표적 성인은 공자이다. ‘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시골 아낙네에게 물어 구슬을 꿰었다.’는 뜻이다. ‘성인도 모르는 것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아홉 구비 굽은 구슬’을 선물 받았다. 몇날 며칠을 두고 그 구슬에 실을 꿰려고 해보았지만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가 진(陣)나라를 지날 때 뽕밭에서 일하는 아낙네를 보게 되었다. 공자는 문득 ‘저 아낙네는 바느질도 틀림없이 잘하는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뽕밭 가까이 가서 구슬을 보여 주면서 “여보시오. 이 ‘아홉 구비 굽은 구슬’에 실을 꿰려면 어찌하오?”하고 물었다. 아낙네는 고개를 살며시 돌려서 “밀(蜜)을 두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라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길을 걸으면서 ‘밀(蜜)은 꿀이 아닌가? 왜 하필 꿀을….’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침 발밑에 개미가 기어가고 있었다. 개미는 의(蟻)이다. 모두 벌레(?)이다. 공자는 ‘아하! 그렇구나!’하고 쾌재를 불렀다. 개미를 명주실에 묶었다. 그리고 ‘아홉 구비 굽은 구슬’ 한쪽 구멍에 꿀을 넣었다. 개미는 꿀 냄새를 맡고 ‘아홉 구비 굽은 구슬’을 뚫고 나왔다. 아낙네의 도움덕택에 구슬에 실을 완전히 꿸 수 있었다.

춘추시대 위(衛) 나라의 대신 공어(孔?)는 욕심이 많고 충성심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가 공자에게 군사 쓰는 법을 물었다. 공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노나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런데 위나라에서는 공어를 높여서 공문자(孔文子)라고 불렀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공문자(孔文子)는 왜 ‘문(文)’이라는 시호로 일컫습니까?”하고 물었다. “그 사람은 명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고 ‘불치하문(不恥下問)’한다. 그런 까닭에 문(文)이라고 한 것이다.”라 대답하였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은 ‘학식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내 스승 될 만한 사람이 있다. 그들의 착한 것은 골라서 좇을 것이요. 착한지 못한 것은 살펴서 스스로 고쳐야 한다.’라고 했다. 또 ‘어진 사람을 보면 무조건 그와 닮아지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거든 내적으로 스스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 성인인 공자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핼러윈데이’에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신이 났다. 우리 옛것도 새로운 지식도 자주 묻고 익혀서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 필자는 정보무늬(QR코드) 만드는 방법을 아홉 살 손자에게 배웠다. 대학병원, 도서관 출입도 편리하다. 아는 것이 힘이다. 뿌듯함과 자신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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