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배워야 하는 시대, 생존을 위해 읽고 써라
읽기를 배워야 하는 시대, 생존을 위해 읽고 써라
  • 승인 2020.11.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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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하루의 대부분을 읽는 것에 소비하는 시대다. 문자를 이해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전통적인 독서의 개념을 넘어 디지털 텍스트를 비롯한 음성과 영상까지 오감으로 읽기를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열어보는 스마트폰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읽고 받아들이고 또 생각한다. 문제는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전통적 독서의 개념에서 활자를 읽고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이해하는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스마트폰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문해력이라고 한다. 읽어야 할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인 만큼 문해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되었다. 업무의 대부분을 문서(종이로 된 것이든 디지털화된 것이든 간에)로 진행하는 직장인의 경우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을 짐작할 만한 단서는 OECD에서 2013년에 발표한 성인 국제역량 평가 결과다. 우리나라 성인 16세에서 65세의 문해력 점수는 OECD평균인 273점으로 23개국 중 중간순위였다고 한다. 단순한 문장을 이해하는 1등급에서 복잡하고 긴 글을 이해하고 평가까지 할 수 있는 5등급 중, 우리나라 성인의 78% 이상이 간단하고 짧은 글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인, 2등급과 3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보태어 각 세대가 평균 이하 수준과 평균 이상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기까지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책을 읽지 않아서 문해 수준이 낮다고 하거나, 글보다 영상으로 습득하는 편리함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 없이 정보의 결과만 습득하는 태도 때문에 문해 수준이 낮아졌다고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동시에 손쉽게 정보를 찾고 누리고 있다. 때문에 머릿속에 많은 정보를 담아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 일상이 자연스러웠다. 반면 읽기 능력은 조금씩 더 많은 영역에서 나의 능력을 시험한다. 코로나19 이후 대면하지 않고도 소통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 억양과 목소리 톤으로 짐작하던 정보는 점점 줄어들었고, 주어지는 텍스트만으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더욱더 요구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체감하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읽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때아닌 독서 모임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유튜브의 인문학 강독 콘텐츠가 구독자 수를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독서와 작문을 학문의 영역에 포함해 대학원의 정규학과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제 ‘읽기’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기술이 아니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조하게 되는 읽기는 지식과 정보의 쉼 없는 되새김질의 과정이다. 텍스트를 내면화해 재구성하고 이를 다시 연결하고 재편집하는 능력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읽기’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단시간에 길러지는 것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통적인 독서를 바탕으로 정보를 내면화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내면화된 정보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이를 다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확장의 과정 즉, 작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잘 읽어야 하고 깊게 생각해야 한다.

진부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책을 펼치자. 글을 읽지 말고 저자의 생각을 읽자. 무작위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생각을 투영해 보자. 오감으로 읽고 온몸으로 이해하는 과정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순간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이 생겨날 것이고,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연결된 무엇을 문장으로 옮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생존을 위해 읽고 쓰자.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더는 길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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