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걸음
어른의 걸음
  • 여인호
  • 승인 2020.11.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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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어른이라는 단어는 생물학적 나이를 떠나 어른답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말로 경험과 인격을 갖춘 사람,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어른에 대해 깔끔하게 정의한 Z세대 여학생의 생각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20살이면 어른이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된다.’ ‘고로 20살 이상이면 꼰대다.’

그들은 그들만의 정의를 내렸습니다.

모든 어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보지만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정확히 어른이고 정확히 꼰대입니다.

세대 차이는 좁히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기에 어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에 마음이 쓰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어른은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후좌우를 비교합니다. 모두 첫걸음으로 시작했음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서툰 실수에 자주 화를 냅니다. 설명해야만 이해를 시작하고 공부만 잘하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줄 확신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공들인 일들이 많아서인지 언제나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살고 있으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눈으로만 보려 하기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마음이 들쑥날쑥 바빠서 기다림의 행복을 놓치고 살고 있으며 이익이나 목적이 있어야 행동하다 목적지에 닿는 순간 그 행동을 멈춥니다. 걷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걷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늘 말이 많아 오해를 낳기도 하며 때로는 말과는 다른 뒷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합니다.

왠지 마음이 씁쓸하지만, 어른에 대한 그들의 높은 기대 때문이리라 스스로 위로하며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이는 충분한데 아직 서툰 어른이라 늘 갈지자로 걷고 있지만 계산기를 두드리고 비교하면서 어렵고 힘든 곳은 없는지 채움과 버팀목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마음의 눈으로 헤아리느라 늘 가슴앓이 하며 살고 있다고,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시간에 발목 잡혀 의미와 이유를 찾아야만 행동하는 시간의 노예로 늙어가지 않으려고 늘 새로운 꿈을 꾸며 자신만의 카이로스 시간 속에 곱게 물들어가고 있다고, 상대를 고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더 나은 어른의 삶을 살고자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의 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앞선 어른의 걸음을 따라 그들의 걸음이 흩어질까 오늘도 다시 고쳐 걷습니다.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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