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못잡으면 한국 미래없다
부동산 못잡으면 한국 미래없다
  • 승인 2020.11.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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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남승현 사회2부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중 상당수가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보다 더한 우울증과 불안감, 자괴감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 ‘부동산 블루’다. 자고 일어나면 미친 듯이 치솟는 아파트 값과 최악의 전세난 소식을 접하면 허탈감과 상실감, 삶의 무기력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 블루는 성실하게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 상인은 물론 공무원, 일반 직장인에게 ‘왜 부동산 투자, 아니 투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자책감과 함께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킨다.

문제는 성인들만 부동산 블루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꿈나무인 청소년들 가치관 정립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어느 아파트 사느냐, 집 값이 얼마냐’는 대화가 주를 이루며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얘기가 나올 법 한 상황이다. 이렇게 온 국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부동산 블루의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정부 정책 실패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남탓만 하고 있으니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헬리콥터 머니를 뿌린데다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자금들이 유독 한국에서는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내 부동산 가격 담합, 물량 조절 등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은 안전자산 여부를 두고는 차이가 있어도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국내 주식시장은 ‘세력’들의 작전 없이는 폭등이 불가능하며 실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개인들의 물량을 매수해 일정 수량이상을 확보한 후 호재성 기사를 띄우고 유통되는 주식수를 확 줄인다. 이후 허매수와 실매수를 번갈아 가며 매수세가 강한 것 처럼 보이게 하고 호가를 상승시키면 개미들은 추격매수를 하게 돼 있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를 올리는 종목들이 등장한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시장에는 나비효과가 있어 대장주가 급등하면 부대장주, 3등주, 4등주 등 아류주들도 덩달아 오른다.

하지만 급등을 주도한 대장주가 무너지면 변방주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1999년 IT버블 당시 새롬기술(액면가 500원)이 300만원을 넘어섰다가 상장폐지 됐다.

고가대비 반토막, 10분의 1내지 상장폐지 되는 종목들은 현재도 많다. 세력들의 장난과 인간의 탐욕이 부른 참극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아파트 가격은 심리적 기대감을 훨씬 뛰어넘었다. 정부의 정책실패, 초저금리, 유동성 장세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최근 대구 수성구 30평 아파트가 15억원에 거래됐다는 기사가 지역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딱 한채가 거래됐다. 학군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이후 40년된 범어동 30평대 아파트가 8억원 하다가 18억원에 매도 호가를 내놨다는 소식도 알렸다. 이같은 소식을 접하는 상당수 대구시민들은 참담함을 넘어 비참함을 느꼈을 것이다.

수성구 학군은 전국에서 강남 8학군 다음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속을 면밀히 보면 거품도 상당하다. 서울대, 의대를 많이 보낸다는 수성구 빅4(남고2, 여고2)의 경우 상위권 즉 내신 1,2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때 이미 고교 과정을 다 떼고 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외비만 수 백만원 이상이 든다.

무엇보다 고교생활을 다 마치지 않고 내신을 잘 받기 위해 혹은 적응을 못해 고3때 전학가는 학생도 학교마다 수 십명 이상이다. 이들 학교 학생들이 전부 수도권 명문대를 가는것도 아니다. 지방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수가 월등히 많다. 무엇보다 다른 학군에 있으면 상위권을 유지하며 자신감을 갖고 학교생활을 할 학생이 수성구 빅4 학교에 다니며 자존감을 상실한 채 힘들어 하는 경우는 없을까.

특히 내년부터 대입면접을 블라인드로 해 예전같이 자사고, 특목고, 수성구 학군의 메리트도 없어진다. 학군만으로 비이성적인 아파트가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연봉 5천만원을 받는 직장인도 많지 않다. 연봉 5천만원 안팎 직장인에게 한달에 수억씩 집 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볼때다.

지난 8일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인의 승리연설이 떠오른다. ‘청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꿈을 꾸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수 있는 곳이 마국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져 나갈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보다 투기를 해야 성공할수 있다는 나쁜 DNA를 넘겨주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을 잡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문재인 정부든 아니면 다음 대통령이 여·야 누가 되더라도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친 부동산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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