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정치
손가락 정치
  • 승인 2020.1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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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손은 다섯 손가락으로 형성되어 있다. 손가락이 서로 조화롭게 움직여야 손이 자유롭고 활동하기 편하다. 손가락 마다 이름이 있는데 엄지, 검지, 중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소지라고 한다. 이들 손가락마다 하는 역할이 있지만 서로 잘났다고 시기하고 자랑할 때도 있다. 엄지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으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지는 지시형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가운데 손가락 중지는 길고 짧은 것은 재봐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자신이 제일 긴 손가락이라고 한다. 약지는 결혼 반지는 자기 몫이라고 자랑하고, 막내인 소지는 중요한 약속을 할 때는 새끼손가락을 걸기 때문에 자신은 신뢰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손가락이 한번씩 저잣거리의 이야깃거리로 등장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손가락 모양이 나타내는 의미 때문이 아닐까. 프로야구 선수로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했던 김병현 선수는 은퇴후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손가락 논란에 대해 그때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3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 개최된 보스턴 홈경기에서 선수 소개 중 팬들이 김병현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자, 이에 발끈한 김병현 선수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구시즌 중 애리조나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했던 김병현 선수가 새팀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투수 교체 문제로 당시 보스턴 감독과 불화설이 나돌았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가락도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윤총장이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의 일환으로 대전을 방문해 강의를 마치고 함께 했던 직원들과 기념촬영하면서 쏜 '손가락 하트' 모양 때문이다. 당시 윤총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자신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고 연이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국감장에 출석한 윤총장은 평소 그의 성격답게 거침없이 답변한 것과 의미를 연결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파상적인 질문공세에 맞선 윤총장은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했다. 또한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돌직구를 던지자, 당시 사회를 보던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하는 위원을 존중해가면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몇 일후 카메라 기자에 찍힌 '손가락 하트' 모양은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딱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등장하는 삿대질 논란도 있다. 삿대질의 사전적 내용은 사람들이 싸울 때 상대방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 모두 기분이 나쁠 것이다. 사실 국감장에서 질의를 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장관 모두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맡고 있는 자리도 국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그 직책도 중요하기 때문에 설령 욕을 먹어도 다른 누군가는 그 일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삿대질 하면서 다투는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정치를 통해 자신을 실현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에, 공동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인간의 특성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것 같다. 인간이 표현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면 점점 닫힌 사회가 된다. 흔히들 달을 가르키면 달을 가르키는 손끝이 아니라 달을 보라는 말을 종종한다. 달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상투적으로 곁가지인 손가락에 몰입하는 것을 비판한 것 같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정치인 입장에서 이미지 손상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것도 아마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행위가 아닐까.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곧 끝날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잘 참아내고 있다. 그러나 2차 확산으로 밀려오는 불안감으로 인해 웃을 일도 줄어든 것 같다. 경제가 선택이라면 정치는 타협이다. 손가락의 모양 하나로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있다. 지지자를 위한 손가락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손가락이 되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려면 다섯 손가락이 모여 조화를 이뤄야 하나의 손이 되고, 그 손이 열린 세계로 인도해줄 것이라 믿는다. 웃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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