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탈북민 상담센터 만들고 인권보호 ‘앞장’
전국 첫 탈북민 상담센터 만들고 인권보호 ‘앞장’
  • 정은빈
  • 승인 2020.11.11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찰청 보안과 김광년 경위
10년째 탈북민 보호·관리 업무
24시간 인권 카운슬링 도맡아
‘신변보호관서 조정’ 제도 고안
지난 8월 전국 기관 도입 ‘성과’
김광년 경위
대구지방경찰청 김광년 경위가 ‘탈북민 인권상담 신고센터’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탈북민 보호·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탈북민 인권상담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고, ‘신변보호관서 조정안’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탈북민 인권상담 신고센터는 지난 9월 설치 후 2달여 만에 상담 60여건을 접수했다. 주요 상담 내용은 금융사기 등 범죄 피해와 인권침해 사례, 법률 등으로 코로나19나 직장 등 일상적인 고민도 있다.

이 센터는 대구경찰청 보안과 김광년(50) 경위가 탈북민들의 사정을 세심히 들여다본 덕에 생길 수 있었다. 탈북민의 1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1인 가구가 많아 범죄 피해에 취약한 편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은 부족한 상태다. 각 경찰서에 탈북민을 보호·관리하는 ‘신변보호관’이 지정돼 있지만 절반 이상 남성이어서 여성 탈북민이 속이야기를 터놓기 힘들어 하고, 탈북민지원센터는 숫자가 턱없이 적다.

김 경위는 상담센터를 직접 만들기로 하고, 지난 7월 31일부터 6일간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 중 무작위 선정한 6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불편한 점과 지원이 필요한 점을 파악했다. “대구는 수도권과 달리 어려울 때 상담할 곳이 별로 없으니 상담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운영을 도맡은 김 경위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과가 끝나는 저녁과 밤에 상담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상담센터도 24시간 운영한다. 김 경위는 “탈북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전국 경찰서에 도입된 ‘신변보호관서 조정안’도 김 경위 머리에서 나왔다. 이는 신변보호관 1명이 담당하는 탈북민 인원을 지역 경계를 넘어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신변보호관이 담당하는 인원 편차가 지역별로 심하게 벌어져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명당 적정 담당인원은 20명이지만 탈북민들이 일부 지역에 모여 사는 특성 때문에 지역에 따라 10명 미만이기도, 30명을 넘어가기도 했다.

기존 지침에 따르면 신변보호관이 담당하는 탈북민은 주소지에 따라 구분되는데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고안한 것이 주소지가 관할 지역 안에 있지 않더라도 실거주지와 관서별 담당인원 등 기준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조정안이다. 떨어져 사는 가족 간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한 보호관이 양측을 다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 방안을 지난 7월 시행했고, 경찰청은 지난 8월 우수사례로 선정해 전국에 도입했다. 지난 9월에는 행정안전부 주관 ‘2020년 적극행정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탈북민 보호·관리 업무를 맡은 지 올해로 10년째, 김 경위는 탈북민 관련 전문가가 됐다. 그는 탈북민 연구 논문으로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영남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보안경찰,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대구하나센터 관계자 등과 연구모임 ‘징검다리’도 구성해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임은 2년 연속으로 경찰청에 ‘우수학습모임’으로 선정됐다.

그는 “다수가 혜택을 받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탈북민처럼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정책도 있어야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로 사는 탈북민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