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곧은 살랑살랑한 이 꽃이 있어
들길이 더 풍성해졌다
꽃을 통과한 햇살은
그림자놀이를 하고
구애를 하는 고추잠자리 한 쌍이
허공을 비행한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도열한 길 따라 가면
작은 줄기 다른 색이 피어나는 꽃처럼
내 안에도 수많은 다른 코스모스가
점령해있다
내 가을은 있기나 했었나
내 하늘은 또 있기나 했었나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에 씨앗 되어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이 맘 어루만지며
너는 너의 힘으로 세우고 일으켜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꽃은 보란 듯이 피우고 다시 진다
◇권이부= 1962년 경북 예천 출생, 경북 외국어 대학교 졸업, 영어 전공, 문화분권으로 2019, 10, 7, 등단.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삶과 문학, 회원.
<해설> 들길이 풍성해지는 것은 소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저 적막의 들길은 사막처럼 황량할 뿐이다.
하나하나 제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들길이 펼쳐지듯 우리의 생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그래서 동행이 소중하고 삶의 환희가 있다. 독자의 마음속에 알찬 미적 정감이 가득해지리라 본다. 읽어 미를 세우는 일에 동참해본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