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 - 큰 고난과 맞서야 한다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 - 큰 고난과 맞서야 한다
  • 승인 2020.11.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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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지난여름에는 태풍이 심하여 수해와 풍해가 많았습니다. 들판이 물에 잠기고 나무들은 많이 쓰러졌습니다.

벌초하러 고향 뒷산에 갔더니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타넘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무여서 빙 돌아가야만 하였습니다. 이 나무는 바람에 맞섰지만 어쩔 수 없어 쓰러질 때에 아주 큰 소리를 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더도 말고 덜도 말아라.’는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여름날의 고통이 컸던 만큼 쓰러진 나무 사이로 건너다보이는 들판의 황금물결이 더 각별해 보입니다.
문득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큰새는 바람을 거슬러야 날아오를 수 있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야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 고난이 클수록 얻게 되는 영광은 커진다는 교훈을 떠오르게 합니다.

‘대붕(大鵬)’은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편(篇)에 나오는 이야기 속의 새입니다. 북쪽 바다에 있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하여 붕(鵬)이 되었는데 그 크기를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나옵니다.
이 붕이 깃을 떨치며 힘껏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은데, 장차 남쪽바다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남쪽바다의 이름은 천지(天池)이므로(怒而飛 其翼 若垂天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결국 거대한 몸집에 걸맞은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날아오른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붕이 남쪽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을 쳐서 물결을 3천 리나 튀게 하는데,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올라가며, 6개월을 날고서야 비로소 쉬게 된다(諧之言曰 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이 구절에서 대붕의 기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는 것처럼 붕이 날개를 치려면 그만큼 깊은 물이 필요하며, 거대한 몸집을 날아 올리게 하려면 가벼운 날갯짓이 아니라 거대한 바람을 타고 올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붕은 때를 기다려야 하고 묵묵히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장자(莊子)』에는 이러한 붕을 보고 비웃는 매미와 작은 새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는 있는 힘껏 날아올라야 느릅나무나 박달나무에 머무르지만 때로 거기에도 이르지 못해서 땅바닥에 동댕이쳐지곤 한다. 그런데 무엇 하러 9만 리나 올라가 멀리 가려고 하는가(?與學鳩笑之曰 我決起而飛 ?楡枋而止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 奚以之九萬里而南爲).”

이에 대한 장자의 가르침은 준엄합니다.
“가까운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 끼의 식사만으로도 배가 부르지만,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고,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한다. 그러니 이 조그만 날짐승들이 어찌 대붕의 큰 뜻을 알랴(適莽蒼者 三飡而反 腹猶果然 適百里者 宿?糧 適千里者 三月聚糧 之二蟲又何知).”

이어서 그 유명한 혜자(惠子)의 박 이야기가 나옵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을 개발한 세탁부가 그 기술을 팔아서 새로 집을 사고 땅을 사서 겨우 마을 부자 소리를 들으며 살았는데 비해, 그 기술을 산 사람은 임금을 찾아가 한겨울 전장에 나간 병사에게 약을 바르게 하여 일약 재상(宰相)의 자리에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큰 박을 얻은 사람이 음식을 담기에 부적합하다 하여 부숴버렸는데, 왜 그 큰 박을 나룻배로 만들어 물에 띄울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깨우쳐주는 이른바 ‘무용지용(無用之用)’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은 세상 모든 일에는 의도를 담아야 하고, 그 의도는 더욱 큰 세상을 위한 꿈을 이루는데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는 지금쯤 아마도 그 뿌리에서 새로운 움을 내밀어 더욱 큰 나무로 자랄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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