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 승인 2020.11.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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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내가 첫 여성 부통령직이 되었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을 지켜본 이 나라의 소녀들은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비백인 부통령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의 당선 승리 연설문의 내용 중 일부다. 많은 여성들을 감동하게 했던 이 발언은 실제로 해리스의 SNS 등에도 따로 메시지가 남겨지는 등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최근 IB PYP 전시회를 한 주 앞둔 아이들과 성평등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IB후보학교인 우리 학교의 경우, 6학년 학생들은 졸업 전으로 긴 호흡의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이를 발표하는 IB PYP 전시회를 개최한다. ‘IB교육이 피우는 꽃’으로 비유될 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IB PYP 전시회는 수개월 이상 학생들이 팀별로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고, 교사나 지역사회 멘토의 지원을 받으며 완성하게 된다. 내가 멘토를 담당하고 있는 ‘유니크’ 팀이 바로 양성평등을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팀의 탐구와 관련하여 얼마 전 정말 운이 좋게도 윤순영 전 대구중구청장님을 모시게 되었다. 아이들이 여성리더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수소문을 통해 연락을 했었다. 어린 아이들의 탐구일 뿐이라 간단한 메일 답변이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윤 이사장님께서 아이들의 질문지를 읽어보시고는, 이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며 방문까지 해 주신 것이다.

2시간가량 이어진 대담의 시간 동안 아이들의 눈빛이 달랐다. 윤 이사장님과의 대화 속에서 첫 여성 지자체장으로서 느껴야 했던 부담감과 소신을 읽을 수 있었다. 여성이기에, 혹은 남성이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유리천장을 깨어야 하는 역할이 여러분에게 있다는, 윤 이사장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나름의 의지를 다졌다. 이렇게 성평등을 실천한 우리 주변 인물과 만나는 것도 학생들에게 양성평등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양성평등에 대한 정책은 학교 현장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여학생의 참여가 부족한 체육과에서는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하여 여학생 선호 종목의 수업이나 학교스포츠클럽 등을 운영하거나, 감성을 이끌어내는 스포츠 환경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학과 역시 여학생의 과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교사 역시 매년 양성평등과 관련한 연수를 반드시 이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성평등은 인식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 변화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 단지 여학생의 참여 활성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쩌면 어떤 교육정책들은 성평등을 여자만의 전유물로 인식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지도 모르기에, 성 평등 관련 정책들은 입안부터 추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03년부터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하여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쪽이 70%를 넘지 않게 하는 비율을 유지하여 채용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 실제로는 남성의 혜택이 훨씬 크다. 지난 9월 발표된 대구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에서도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남성응시생 7명이 추가로 합격되었다. ‘성평등’, ‘양성평등’이 ‘여성을 배려하는 것’,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정말로 크다. 역사적인 이유 등에서 성평등의 시작은 여성에서 출발하고 있고, 더욱 평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점이 분명하다. 그러하였더라도 앞으로의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도록 도와야 한다. 실제로 우리 ‘유니크’ 친구들 역시 처음에는 여성의 불평등 해소에 중심을 두고 있었지만, 몇 달이 지나고 연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 혹은 제3의 성까지도 평등의 문제를 확장하여 생각하게 되는 놀라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성평등의 개념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모든 성의 평등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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