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장 만들자” vs“생계 지장 우려”
“제대로 된 시장 만들자” vs“생계 지장 우려”
  • 한지연
  • 승인 2020.11.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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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시장 행정대집행 앞두고 상인들 ‘온도차’
“오랜 기간 낙후 손님 발길 끊겨
불법구조물 없어야 시장 발전”
몇몇 상인 가판대 직접 뜯어내
“임시건물 없애면 영업지 줄어
시유지 노점상은 쫓겨날 신세”
장삿길 막힐까 하소연 잇따라
번개시장
대구 중구청이 번개시장 불법노점상 45개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집행 예고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대구 번개시장 모습.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행정대집행 예고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대구 번개시장. 전날 자진 철거한 10개소를 포함해 총 12개소의 불법노점상이 허물어지면서 시장 일부는 다소 휑한 모양새였다.

불법 임시건축물과 고정식 가판대 등을 제 손으로 없애버린 몇 상인들은 이동식 가판대와 판매할 물품만을 덩그러니 남겨놓고 장사를 이어갔다.

임시건축물이 사라지자 해당 시설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낡은 수도관이 눈에 띄었다. 동파 방지를 위해 덧댄 보온재가 너덜너덜하게 나붙어있고, 주변 전깃줄은 어지러이 엉켜 있었다.

뻔하지만 정겨운 에누리 현장에서는 은밀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노점 상인들은 저마다 불법노점상 철거 문제로 쑥덕였다.

“땅 소유주에 내는 세가 얼만데, 임시건물 없애고 나면 장사할 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 “시유지(대구시가 소유한 땅)에서 장사하는 노점 상인들은 영락없이 쫓겨나게 생겼다” 등 우려의 목소리에서부터 “불법 구조물이 없어야 시장이 발전한다”, “이 기회에 싹 갈아엎어서 제대로 된 시장 한 번 만들어 장사해보자” 등 기대에 찬 목소리도 함께였다.

대구 중구청이 번개시장 불법노점상 45개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본지 2020년 11월 12일 7면 참조)하면서 시장은 혼란한 분위기였다.

번개시장은 점포 철거를 놓고 도로점용 허가 여부에 따라 상인 간의 분쟁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관할인 중구청은 심각한 시장 노후화에도 시설현대화에 손을 놓고 있던 실정이었다.

최근 중구청이 번개시장 정비를 꾀하면서 시장 내에 변화의 물살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불법노점 상인들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몇몇 노점 상인들은 이번 행정대집행을 번개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긍정적 신호로 여기는 한편, 또 다른 노점 상인들은 ‘장삿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며 앞날을 걱정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전날 땅에 고정돼 있던 불법 임시건축물과 가판대를 모두 뜯었다는 노점상인 이모(여·70)씨는 “시장이 너무 낙후돼 손님 발길을 언제까지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3천만 원 이상 들여 마련한 임시건물까지 자진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불법 구조물만 뜯으면 땅 소유주하고 상의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시장 전체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기로 한 것”이라며 “번개시장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반면 근심을 토로하는 노점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번개시장에서만 30년 이상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고령의 상인을 비롯해 17일까지인 행정대집행 계고기간 중 자진철거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상인 등은 “혹시라도 생계에 지장이 있을까 가슴만 졸이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한 노점 상인은 “땅 소유주한테 매달 내는 세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 금액을 어떻게 조정할지 모르겠다”면서 “불법 구조물을 철거할 경우 영업할 자리가 확 줄어들게 될 텐데, 지금도 판매할 물품을 쌓아놓고 있느라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유지에서 장사하고 있는 상인들의 경우 방도가 없다. 그냥 쫓겨나야 한다”며 “그런 사람들은 어디 가서 장사해 먹고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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