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이윤경 “노래 어려워도 관중이 원한다면 들려줄 것”
소프라노 이윤경 “노래 어려워도 관중이 원한다면 들려줄 것”
  • 황인옥
  • 승인 2020.11.17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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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성아트피아 독창회
이원주 ‘이화우’, 브람스 ‘소식’ 등
서정적인 가곡·오페라 아리아 선사
청량한 음색·화려한 테크닉 독보적
피아노 반주 외 협업 악기 따로 없어
그녀만의 음악 세계에 ‘오롯이 집중’
스스로도 관객도 즐거운 공연 희망
소프라노-이윤경
소프라노 이윤경은 “저도 재미있고, 관객도 재미있는 공연이 되어야 좋은 공연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유학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공연한 오페라 작품 수만 해도 100여 개는 족히 넘는다. 해마다 10여 차례 이상의 오페라 공연을 소화하며, 무대 위에서 울고 웃었다. 1년 내내 연습과 공연이 연속될 정도로 오페라에 빠져 산 세월이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너무 재미있다”며 반색했다. “오페라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노래하며 뛰어 다니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며 누군가의 인생을 연기한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일인가!”

◇ 편안한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수성아트피아 단독 리사이틀

오랜만에 오페라 무대가 아닌 독창회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소프라노 이윤경(42)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코로나 19로 문화예술계 행사에 제동이 걸리고 있지만 이번 독창회에서 노래 할 수 있어 코끝 찡한 설레임이 밀려오는 듯 했다. 그녀는 수성아트피아 기획 올해 ‘아티스트 인 대구 시리즈’ 마지막 연주자로 ‘리사이틀’을 갖게 됐다. 공연은 22일 오후 5시에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 열린다.

독창회 무대는 오랜만에 선다. 오페라 위주로 공연을 잡다 보니 독창회는 엄두를 못 냈었다. 대구의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수성아트피아 특별기획이어서 기껍게 결정했다. 일정대로라면 올해 3월 열려야 하는 공연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연기되었다가 11월에 열리게 됐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 19가 세계의 일상을 집어삼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황이다. 이런 여건을 반영해 이번 공연은 지친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서정적이면서 깊이있는 가곡들과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한다. 이원주의 ‘이화우’, 김주연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브람스의 ‘소식’, 그리그의 ‘꿈’, 드뷔시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의 가곡들과 토마의 오페라 미뇽 중 ‘나는 티타니아’,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디노라 중 ‘그림자의 노래’ 등의 오페라 명곡들을 그녀의 청량한 음색과 화려한 테크닉에 실어낸다.

“청중이 좋아하는 곡이 성악가에게는 어려운 곡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부르기는 어려워도 관중이 편안하게 힐링받고 갈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청중이 듣고 싶은 곡들로 구성했다.”

이번 독창회에서 그녀는 특별 출연자 없이 혼자 공연을 이끌고, 반주도 피아노 외의 다른 악기는 초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오롯이 혼자 끌고 간다. 물론 소프라노 이윤경의 음악 세계에 흠뻑 빠질 준비를 하고 있는 관객에게는 특별한 선물임에 틀림없다. 다른 연주자의 색깔을 배제하고 이윤경의 음악세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

혼자 책임지고 가야 하는 무대인만큼 부담감은 두 배가 될 것이지만 그녀는 “선물 같은 공연을 선사하고픈” 마음에 들떠 있다. 청중이 위로 받는 다면 그녀에게도 선물 같은 공연이 될 것이기에.

◇ 노래와 연기가 수준급인 오페라 가수로 살다

코로나 19로 지난해 9월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 공연을 끝으로 오페라 무대는 잠정 휴직 상태지만 이윤경 하면 오페라 전문 성악가로 통한다. 오페라 ‘돈 카를로’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라 보엠’ ‘사랑의 묘약’ ‘카르멘’ ‘세빌리아의 이발사’ ‘박쥐’ ‘춘향’ 등 고전과 창작을 넘나들며 주역을 맡아 존재감을 발했다. 2016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올해의 성악가상) 수상은 그녀가 정상급 오페라 가수임을 증명했다.

성악가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오페라 외에도 리사이틀이나 콘서트 등 다양하다. 그러나 성악가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무대는 역시 오페라. 연습과 공연까지 한 작품에 쏟는 기간이 길어 성악가 개인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목에 무리도 상당하고 자주 무대에 설 수 있는 콘서트보다 경제적으로도 불리하다.

그러나 이윤경에게 오페라가 주는 단점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같은 작품을 수없이 해도 무대에 설 때 마다 다른 색깔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오페라의 매력만 보인다. 그녀를 오페라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은 ‘협업’에 있다. 지휘자나 연출자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아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성악가는 그들의 해석에 맞춰서 또 다른 색채의 연기와 노래를 선사할 수 있다. “항상 다른 색채의 공연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녀가 오페라 가수로 사는 삶을 ‘여행’에 비유했다. “서양의 역사와 음악과 문화로 이루어진 오페라의 주역을 연기하는 자체가 여행하는 기분이기도 하지만 서양의 오페라가 중국이나 일본 무대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로 재해석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여행자가 된 기분”이라며 오페라 가수로 사는 기쁨을 소개했다.

계명대 성악과와 동 대학원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마 AIDM, 로마 ARENA아카데미아 졸업한 이윤경은 최정상 성악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중앙일보 주최 중앙음악콩쿠르 여자 성악 우승, 탈리아 벨리니 성악콩쿠르 1위 없는 2위, 이탈리아 음악협회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과거에는 소리만 좋으면 훌륭한 오페라 배우로 인정받았지만 비주얼의 시대인 현대에는 노래는 기본이고 비주얼과 연기실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윤경은 관객의 눈높이는 맞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래 못지않게 연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의외로 일반 관객들은 소리가 주는 미세한 차이는 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연기를 잘 할 때 몰입하고 환호한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연습하면서 피아노 반주를 직접한다. 집안에 음악가가 많고, 음악이 생활화된 가정환경 탓에 일찍부터 피아노를 배워 가능한 일이다. “성악가가 직접 반주를 할 경우 곡의 전체 화성을 파악하게 되고,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음악을 주고받게 되는지 구조를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목소리의 한계 때문에 연습하다 쉴 때도 피아노를 치면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도 피아노 반주를 직접 하는 장점이다. 그렇게 보면 그녀의 삶에 음악은 전부다.

“음악 말고는 하는 것이 없다. 성악가의 삶 짧다는 것 어릴 때부터 인지하고 있어서 음악에만 집중하는 삶이 힘들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수 있는 삶을 사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나?”

스스로 은퇴 시기를 알아차리고 오페라 무대에서 퇴장하고 싶다는 그녀. 하지만 음악적인 기량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며 오페라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갈망 또한 적지 않다. 그녀는 평소에도 웬만한 대화는 휴대폰 메시지로 할 정도로 목의 컨디션 유지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오페라 공연 작품 수도 전성기때보다 줄였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좋은 성악가로 무대에 오르기 위한 나름의 관리책이다.

“신에게 거저 받은 목소리로 행복한 성악가로 살았지만 언제 목소리를 가져가실지 모른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매 무대마다 최선을 다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 전석2만원. 예매 www.ssartpia.kr·053-668-18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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