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不眠)
불면(不眠)
  • 승인 2020.11.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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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시인

사랑은 역시 외 사랑이죠.

마음 하나로 넝쿨처럼 그대를 껴안고 살았지요

이별 따위는 이제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사랑은,

배꽃 한 송이 지고도 열매를 맺지 못했지요

꽃이 져도 마음을 하얗게 밝혀 두지 못했지요

그리고 어떤 날은

그대가 그리워 호수하나 가슴에 담았지요

겨울 삭풍이 수면위로 몰아쳐 왔고

마음속에 잔주름들이 일렁거리는 물결에

상심(喪心)의 돛을 세우고 밀려 다녔지요

어린 줄기에 초록이 스며 물이 들어가듯

그대 품 안으로 날아드는

뻐꾸기의 저녁 하늘을 보았지요

노을이 호수에 잠기는 동안

그럴때에, 나는

심장이 멈춘 듯 핏 돌기가 없는 목각인형이 되었지요

한때, 그대의

나무이고 푸른 잎이었던 날들

뻐꾸기가 우는

호숫가 숲이 되기도 하였죠.

눈을 가만히 감으면 뻐꾸기 울음이

삶의 밑바닥에 오돌오돌 구르고요

창가에 배꽃이 등불처럼 걸려 있었지요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이 시의 제목이 왜 ‘불면’일까? 이는 화자 심저에 흐르는 이별의 안타까움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시 3연 7행부터 10행에서 “한때, 그대의…중략…나무이고 잎, 숲이 되기도…이하생략“ 그리고 이별, 삭풍, 상심의 돛, 목각인형 등의 시어들이 불면의 밤이게 하는 제 요소들이다.

이러한 비애의 시어들이 쓸쓸한 적막을 오히려 융합의 역설로 이끌어 아름다운 시로 변형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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