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잘하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 승인 2020.11.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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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는 것이 더 쉬울까? 만약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물음에 대답은 하나로 통일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평소에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잘하지 못하는 일을 잘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말할 것이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본인은 ‘잘하는 것을 좀 더 잘하게 하는 편이 조금 더 쉽고, 전략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 필자에게 조직의 중요한 자리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본인의 대답은 “저는 그 일을 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없습니다.”라고 정중히 사양했다. 정식으로 제안을 받기 전에도 이미 비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던 터라 혼자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생각을 오랫동안 해 본 결과 나의 결론은 ‘전임자처럼 잘할 자신도 없고, 나의 자리는 아니다’였다. 이유는 제안받은 자리의 전임자분께서 너무 잘하셔서 본인은 전임자처럼 그 역할을 잘 해낼 자신이 없었던 이유였다. 이미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정리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 제안이 왔을 때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나의 이런 거절 의사를 듣고도 그 사람은 거듭 부탁 하였고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 제안을 수락하기에 이르렀다.

하고 싶다는 의사가 1%도 없었던 나의 마음이 바뀌게 된 것은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당신의 색깔로 이끌어 주시면 됩니다.”라는 그 사람의 이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나의 어깨에 놓인 엄청난 무게의 짐이 순식간에 내려지는 기분이었다. 이후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모아졌고, 나 또한 생각의 방향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로 전환됐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다. 일, 사업에 대한 성과보다는 사람들 간의 관계 가운데 ‘평화’에 관심이 많다. ‘성과’라는 단어보다는 ‘안정’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더 잘 어울리는 단어다. 그래서 만약 본인이 제안된 역할을 맡게 된다면 ‘평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하였다. 이런 생각의 방향 전환이 되고 나니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일에 관심도 많았고 또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외연 확장(外延擴張)은 잘하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조직 내부의 결속과 평화는 관심도 가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나누고 대화의 결과,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다. 앞으로 맡겨질 역할을 잘 해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도 나의 색깔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조심스럽게 가져 본다.

두더지가 잘하는 것은 땅파기다. 다람쥐가 잘하는 것은 나무 타기다. 그래서 두더지는 땅을 잘 파야 하고,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야 한다. 굳이 두더지가 나무를 잘 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또한 다람쥐도 나무를 잘 타면 될 일이지 굳이 땅을 잘 파기 위해 노력할 필요까지는 없다. 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올라 멋진 비행을 하고, 물고기가 물속을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세상이 더 아름다운 세상이다. 물고기가 새처럼 하늘을 날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물고기는 헤엄치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새는 나는 것으로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축구선수 손흥민에게는 악기를 가르치며 잘하길 기대하기보다는 야구나 농구 등의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낫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가수 김범수에게는 축구보다는 피아노나 기타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고 성과도 좋은 법이다.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도 가볍고 성과도 좋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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