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이 만든 광기, 기묘한 이야기 ‘럭키 몬스터’
로또 1등이 만든 광기, 기묘한 이야기 ‘럭키 몬스터’
  • 승인 2020.11.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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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후 폭력, 살인까지 ... 괴물로 변한 내면 모습 그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럭키 몬스터’.
영화 ‘럭키 몬스터’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로또 1등 당첨을 소재로 한 기묘한 이야기다.

사채업자에 쫓기다 아내와 위장 이혼까지 한 도맹수는 환청으로 듣게 된 번호로 로또 1등에 당첨된다. 도맹수는 이름과 달리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한 적 없는 순한 초식동물 같은 인물이지만, 사라진 아내를 찾아다니면서 내면에 억압돼 있던 광기를 드러낸다.

돈 문제만 해결되면 행복할 것 같았던 그의 삶은 거액의 당첨금에도 점점 꼬여만 간다. 동네 비행 청소년의 위협에도 움찔하던 그는 어느새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도끼를 휘두르며 스스럼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로 변해간다.

봉준영 감독은 지난 18일 열린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은 뒤 직장을 관두고 5년 이상 무직자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의 무서움에 대해 실감했다”며 “돈이 교환 수단을 넘어 강력한 힘을 갖거나 초능력처럼 거대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

봉 감독은 어찌 보면 다소 식상한 로또 당첨이라는 소재를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과 연출 방식으로 기묘하게 끌고 나간다.

먼저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환청은 도맹수의 자아로, 봉 감독의 2016년 단편영화 ‘헤르츠’에서도 등장했었다. ‘헤르츠’는 환청을 듣는 여고생이 자신과 같이 환청을 듣는 남자를 만나 함께 환청이 들리는 곳으로 향하는 내용이다.

‘헤르츠’에서 환청이 청각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불과했다면 ‘럭키 몬스터’에서는 보라색 후드티를 입은 인물로 시각화된다. 언제나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는 이 인물의 이름은 영화 제목과 같은 럭키 몬스터. 도맹수의 내면의 목소리다.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의 나약함을 조롱하며 폭력성을 부추긴다. 도맹수가 럭키 몬스터에 동화될수록 잔혹함은 더해지는데 럭키 몬스터는 만화에서 나올법한 거대한 화살표 표지판을 들고 공격대상을 가리키는 등 능청스럽고 발랄하다.

연출방식도 말 그대로 복합적이다. 영화는 벼랑 끝에 선 인간이 돈이라는 권력을 가졌을 때 빚어질 수 있는 어두운 면을 블랙코미디로 부각한다. 여기에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동안 조연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온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탄탄한 연기력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도맹수를 연기한 김도윤은 ‘곡성’, ‘반도’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그는 ‘짠내’가 폴폴 나는 소심한 인물에서 점차 공격성을 드러내다 자신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인물을 설득력 있는 연기로 소화한다.

도맹수의 아내 성리아 역은 ‘극한직업’에서 보디가드 역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장진희가 도무지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표정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럭키 몬스터 역을 맡은 박성준 역시 악동 같은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린다. 다음 달 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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