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뚫고 온 사랑
코로나를 뚫고 온 사랑
  • 승인 2020.11.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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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서구청세무과세무6급
정윤희 서구청 세무과 세무6급
나의 가슴을 뛰게 했던 ‘코로나를 뚫고 온 사랑’. 그것은 팔순이 넘은 할머니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3월, 자가격리되신 분들과 전화상담을 하며 불편함이 없으신지 살피는 일을 할 때였다. 그 중 팔순이 넘은 할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찾아올 가족이 없어 혼자 살고 계셨다. 코로나가 뭔지, 당신이 왜 2주 동안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시는 상황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계시던 터라 내 전화를 아주 살갑게 받아 주셨다. “선상님요, 나는 아프지도 않고 이제 죽어도 괜찮응께 나랏일 하느라 바쁘실 텐데 이 늙은이한테 비싼 전화비 낭비해가며 전화 고마 하이소”

대화할 사람이 그리웠다며 아침 반찬을 뭘 해먹었는지, 사소한 일상사도 늘어놓았던 할머니의 이 말은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뭉클함으로 남아 있었다.

필자는 현재 체납세 징수업무를 하고 있다. 연약한 할머니조차 ‘나랏일’하는 나를 배려해주시는데 나는 과연 ‘나랏일’하면서 주민들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해주었는가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세무공무원을 하면서 과연 진심으로 납세자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가? 납세자의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그저 체납액을 받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이 떠오른다.

그 분들의 한숨 섞인 하소연을 외면하고 그저 세금을 받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전화로 인해 내가 하는 나랏일은 납세자를 위한 나랏일일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세금을 열심히 받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세무과를 방문해 고함과 욕설을 한 바탕 내뿜는 분들이 있다. 끝까지 가만히 들어보면 결론은 그 분들도 세금을 내고 싶지만 먹고 사는 게 힘들다는 거다. 요즘같이 더욱 힘든 때에는 납세자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주는 것도 체납액 징수 이상의 나랏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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