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제는 경제로 풀자
경제 문제는 경제로 풀자
  • 승인 2020.11.24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박사
우리 사회에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담배·소주·라면' 값 인상은 그 상징성 때문에 뜨거운 감자이다. 어떻게 보면 담배나 소주 그리고 라면은 서민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기호 식품으로 자리 매김한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상품의 가격을 올리면 선거에서 표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 상승도 항상 태풍의 눈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과 관련하여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부동산 투기일 것이다. 최근 이러한 부동산 문제로 불똥을 맞은 인물이 아마 혜민 스님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닐까 한다.

『멈추면, 비로소 모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15일 "참회한다"고 사과하면서 외부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연예인 홍석천 씨가 코로나19 사태로 고충을 받는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홍 씨가 혜민 스님을 지목하자 누리꾼들은 혜민 스님이 건물주가 아닌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혜민 스님은 SNS를 통해 '건물주가 아니고 세들어 살고 있어요'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 7일 tvN 예능프로그램 '온앤오프'에 출연해 서울 용산구의 남산 N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호화로운(?) 집이 공개되자, 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을 빗대어 '풀소유' 스님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대책을 언급하며 "매입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 전월세로 내놓거나, 오피스텔·상가건물을 주택화해서 전월세로 내놓을 것"이며 "호텔 중에서도 관광산업 위축으로 건물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 것 정도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인해 매물로 나온 호텔들을 전세대란 해소책의 하나로 LH공사가 매입하여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가격에 공공임대 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과 이낙연 대표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부동산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인식과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많은 국민들은 부동산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부동산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으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할 것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투기화 되고, 그 결과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으로 결국에는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과 우려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도 있다. 주택가격과 토지가격에 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경기변동처럼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 파동의 길이는 10년인데, 이는 경기변동론에서 중기파동(주글라 파동)과 유사하다. 지난 2012년에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호텔로 활용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실효성의 문제로 폐기됐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오피스텔을 숙박시설(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부동산 시장 수축기에는 미분양 아파트를 호텔로, 반면에 확장기 때는 호텔을 아파트로 변경한다는 발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부동산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것이 수요·공급 정책이다. 부동산 투기심리를 잡기 위해서는 은행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관리하거나 또는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다. 수요정책의 경우 집값 상승을 우려해 무리하게 내집 마련한 사람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반면 아파트단지 하나 건설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투기성 자금이 천문학적인 경우 공급 정책도 별 효력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뒷북 행정이라는 말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여당 인사들은 부동산 10년 주기설을 내세워 부동산 문제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데 점잖지 못한 행동이다. 오히려 부동산 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의 호응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