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는 여인의 옷자락에
묻어버린 가을
보내고 가고 또 오고
하늘거리는 옷깃에
몸을 맡긴 가을 내음
안타까워 부여 잡으려 해도
오는 계절 못 막는다
젊음이 떨어지듯
속절없이 사라진다
냉정한 시간들
거침없이 잘난 계절들
그 틈새에 존재하는 나
난 두손 놓고
지나가는 또 하나의 가을을
자꾸 세고 있다.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자꾸 가을을 세고 있는 화자의 비감에 아리아리해진다. 그렇게 또 하나의 잘난 가을은 낙과처럼 떨어져 가고, 화자 또한 젊음의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하지만 가을은 떨어져 가는 낙과만의 비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묘한 향취가 있다. 정감가는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