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왜관읍 석전마을] 외국 온 듯 이국적 풍경…미군-주민 어우러진 ‘화합의 고을’
[칠곡 왜관읍 석전마을] 외국 온 듯 이국적 풍경…미군-주민 어우러진 ‘화합의 고을’
  • 배수경
  • 승인 2020.11.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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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오랜 인연
6·25때 자고산서 한미 연합작전
미군들 주둔하면서 마을 ‘활기’
부대 후문 중심 다문화거리 조성
칠곡군 왜관읍 석전 2리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전투의 중심에 있던 303고지(자고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미군부대 후문이 마을 앞에 있어서 이국적인 모습이 일상화 된 곳이다.사진 중앙의 석전중학교 아래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석전 2리다. 전영호기자
칠곡군 왜관읍 석전 2리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전투의 중심에 있던 303고지(자고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미군부대 후문이 마을 앞에 있어서 이국적인 모습이 일상화 된 곳이다.사진 중앙의 석전중학교 아래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석전 2리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칠곡 왜관읍 석전마을

마을에 들어서면 외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영어로 된 간판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Lucky shoes shop, Apple Tree, CAMON, 영어 간판이 달린 저 가게들은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달러를 교환하는 환전소도 보인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외국에 온 듯하다. 칠곡군 왜관읍 석전 2리, ‘헬로우! 어울마실’의 모습이다. 석전 2리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전투의 중심에 있던 303고지(자고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한·미 양국군은 이곳 자고산에서 연합작전을 펼쳤고, 미 기병대 42명이 북한군에게 비참하게 학살된 비극의 산이기도 하다. 예전에 돌밭마을로 불렸으나 1960년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후문’으로도 불린다. 마을 앞에 부대 후문이 있기 때문이다. 후문을 중심으로 다문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거리는 국제도시라고 부를 만큼 활기찼다. 9.11테러 이후에 미군들의 영내 거주가 늘어나면서 많이 쇠퇴했다.

주민생활이 미군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이국적인 모습이 일상화 된 곳이었다. 미군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문화보다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농촌 마을이었지만 뒷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었고, 왕래도 없었다. 골목에서 만나도 인사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메마른 마을이었다”면서 “그저 바람처럼 흘러와 잠시 머무르다가 훌훌 털고 떠나면 그만인 곳, 중간 기착지 같은 곳이었다”고 이영희 이장은 말한다.

그러던 마을에 언제부턴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9년 전에 구성된 마을발전협의회와 2017년에 시작된 인문학 마을활동이 그 진원지였다. 주민들이 소통하고 마을의 공동사업을 하면서 화합하고 어울리는 마을로 변화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발전협의회(회장 강경수)는 노인회와 부인회, 상우회,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현재 19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마을의 공동사업과 발전방안을 협의하고 실천한다. 인문학마을(사업반장 김명자)은 칠곡군이 2013년부터 마을의 인문학적 자원을 발굴해 공동체 활동으로 연계시켜 나가는 사업이다. 현재 군내에 31개의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벽화
마을 주민들이 만든 벽화

 

‘생활 속 인문학’ 실천
인문학 자원, 공동체 활동과 연계
미군-주민 다같이 마을 대청소
다문화 가정과 김장 만들기도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로 부르는 어렵고 고차원적인 학문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실천하는 생활 속의 인문학이다.

석전 2리는 ‘헬로우! 어울마실’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부터 마을 인문학사업에 참여했다. 마을 이름인 ‘헬로우! 어울마실’도 이질적 요소가 많은 마을에 동질성을 부여하고 주민과 주민, 외국인과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지었다. 대부분의 사업들은 화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화합을 강조하면서 밝고 웃음이 넘치는 사업을 첫 번째로 추진했다. 마을 중앙에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공간을 꽃밭으로 만들었다. 전 주민이 참여해 10년 이상 묵은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었다. 꽃을 심으면서 얼굴에 웃음이 묻어났다.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함으로써 마음도 열렸다. 청년회원들은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집 마당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정리하고 낙엽과 쓰레기도 치웠다. 쓰레기를 치우고 생긴 공간에는 배추를 심어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김장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함께 김치를 버무리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늘어났다. 김치만 나눈 것이 아니라 사랑도 함께 나눈 것이다.
 

어르신들도 “헬로우”
외국인과 소통 위해 영어 교육
부대 장병·카투사 등 강사 활동
서로 대화 나누며 마음 열어

마을의 7.80대 어르신들이 골목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헬로우’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며 스스럼 없이 인사를 나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다.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미군부대 장병이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배우려는 열정과 가르치는 열성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좀 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과 카투사 장병들도 참여했다. 영어교육은 매주 1회씩 진행된다. 올해 들어서는 영어노래를 배우고 있다. 가사를 따라하고 음정과 박자까지 맞추려니 힘은 들지만 재미가 있다면서 결석을 하는 사람은 없다.

마을이야기-김장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김장나누기 행사.
 
마을이야기-나눔
마을 주민과 다문화가정, 미군장병들이 함께 하는 ‘아나바다’장터도 이색적이다.

소통은 사람을 어울리게 하는 묘약이다. 마을 대청소를 하는 날에는 부대에서 미군장병들이 단체로 참여한다. 주민과 미군이 함께 어울려 골목길을 쓸고 쓰레기를 치운다. 청소를 마치면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마련해 함께 식사를 하는 작은 파티가 열린다. 함께 음식을 먹음으로써 가족이 되는 것이다. 마을 대청소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열린다. 마을에서 미군 장병들을 초청하고, 미군 장병들이 요청하기도 한다. 한미동맹의 구호인 ‘같이 갑시다’는 이제 마을의 구호가 되었다. 앞으로는 마을 대청소를 정례화 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아나바다’운동도 이색적이다. 마을 주민과 다문화가정, 미군 장병들이 함께하는 이국적인 행사다. 마을 특성상 외국인이 많다보니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이 적다. 1~2년 정도로 거주 기간이 짧다. 미군장병들도 근무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귀국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재활용품도 많이 발생한다. 옷과 신발, 가전제품 등 각종 생활용품들이 많이 나온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생활한 기념으로 주민들이 내놓은 물품을 구입하고, 주민들은 외국인의 물건을 구입한다. 실용적 가치와 기념품으로써의 가치가 어우러진 아나바다 장터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장터를 열지 못하고 마을 창고에 수집만 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시작할 계획이다.
 

인문학 마을에서 열리는 할아버지 요리교실
마을에서 열리는 할아버지 요리교실

인문학은 할아버지들도 움직였다. 그 동안 참여가 저조한 할아버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할아버지 요리교실을 열었다. 할아버지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인문학활동에도 참여하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함께 요리교육을 받고 요리실습을 한다. 교육을 마치면 만든 음식으로 함께 식사를 한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집에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드리는 선물로 가지고 간다. 그 선물에 감동을 받은 할머니들이 다음 교육에도 꼭 참석하라고 등을 떠민다. 요리교실의 첫 번째 강사로는 미군부대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노인회장(태도환)이 나섰다. 태 회장은 스파게티 요리 만드는 방법을 강의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요리 강사는 대부분 부녀회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맡는다. ‘소통과 참여, 나눔’이 헬로우! 어울마실의 인문학이다.

마을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하여 (구)경로당을 철거하고 주민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쉼터를 준비 중이다. 쉼터는 공연장과 회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마을 앞을 통과하는 대로변도 새롭게 정비해 모두가 함께하는 어울림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병철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
마을대표 4총사. 왼쪽부터 강경수 발전협의회장, 이영희 이장, 조복환 마을기자, 김명자 인문학마을반장.

 

석전2리 마을대표 4총사“모두가 주인이자 대표…항상 웃음소리 넘쳐요”

“우리 마을은 모두가 주인이고 모두가 대표다. 마을에는 웃음소리가 넘쳐난다”는 이장의 마을 자랑처럼 실제로 석전2리는 이장을 중심으로 발전협의회장과 인문학마을반장, 마을기자가 하나로 뭉쳐 마을을 이끌어 나간다.

이영희 이장은 전업주부였다. 주민들의 추천에 의하여 10년 전부터 이장직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마을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일해 왔다. 칠곡군에서 주요 군정시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마을 인문학을 마을에 도입한 것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강경수 발전협의회장은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열성파다. 9년 전에 노인회와 부녀회, 청년회, 상우회를 규합해 발전협의회를 발족시킨 장본인이다. 이장과 손을 맞잡고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명자 인문학마을 반장은 인문학 활성화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영어교육을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했다. 이제는 영어노래교실로 발전시켜 어르신들도 팝송을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김장나누기와 마을 대청소, 아나바다운동 등 마을 행사에는 언제나 앞장서고 있다.

조복환 마을기자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모으고 사진을 촬영해 밴드에 올리는 마을의 소식통이다. 특히 경로당과 발전협의회, 인문학마을 회원들을 함께 묶은 3개의 단톡방을 운영해 마을 소식을 전한다. 마을 기자의 손을 거치면 마을의 소식은 순식간에 모든 주민에게 전해진다.

이들 마을대표 4총사의 꿈은 하나다. 주민과 외국인이 어우러져 있는 마을을 화합하고 단결하는 마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는 부대 후문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먹거리가 함께 있는 푸드거리를 조성하고, 누구나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마을을 먹고, 보고, 즐기는 공간, 한국적인 것과 다문화가 융합된 핫플레이스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마을대표 4총사의 꿈과 열정을 볼 때 조만간 그 꿈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볼만한 곳>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칠곡호국평화기념관...낙동강방어선 전투 재조명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방어선 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국가안보와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칠곡군이 건립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추모와 체험기능을 가진 호국평화체험시설이다. 낙동강 칠곡보 옆 자고산 기슭에 있다. 건물의 외관은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컨벤션홀과 4D입체영상관, 전투체험관, 평화체험관, 호국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념관 외부에는 낙동폭포와 55m 태극기, 호국평화탑, 호국광장 등이 있다. 중앙홀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빛바랜 대형 철모가 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총알이 철모를 뚫고 지나간 것을 상징한다. 철모 위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55개의 탄피모형은 이곳에서 치뤄진 55일간의 전투를 의미한다. 철모에는 ‘다부동전투와 융단폭격, 55일’ 등 6.25전쟁을 상징하는 키워드들이 적혀있다. 바로 옆에 사계절썰매장과 꿀벌나라테마공원, 향사기념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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