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는 왜 이름이 많은가 - 이미지가 곧 본질이다
새들에게는 왜 이름이 많은가 - 이미지가 곧 본질이다
  • 승인 2020.11.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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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사회의 여러 사상(事象)들은 때로 여러 동물에 빗대어서 표현됩니다. 새(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앵그리 맘(Angry Mom)’은 ‘앵그리 버드(Angry Bird)’라는 미국 게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게임 속의 ‘앵그리 버드’는 여러 가지 억울한 상황에 떨어져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붉은 털빛에 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노력합니다.

이에 견주어 ‘앵그리 맘’은 사회 문제에 분노하는 엄마들을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안일한 대처로 청소년들이 피해를 당한 대형사고, 불평등한 교육문제 등 우리 사회에 등장하는 부조리한 사회의 이슈를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40대~50대 전후의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또 ‘얼리 버드(early bird)’도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 등으로 쓰입니다. 아마도 서양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얼리 버드’가 아닐까 합니다. 부모들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며 자식들에게 부지런할 것을 가르쳤을 테니까요.

1965년 4월, 미국 통신 위성 회사가 쏘아 올린 최초의 상용 통신 위성 이름도 ‘얼리 버드’입니다. 대서양 적도 위에 고정되어 있는 정지 위성으로 미국과 유럽 간의 우주 통신에 활용됩니다. 이 위성은 누구보다도 일찍 수많은 정보를 교류하여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얼리 버드’ 티켓도 있습니다. 일찍 예약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주는 티켓을 말합니다. ‘얼리 버드’ 티켓은 항공권, 승선권, 관람권 등으로 어떠한 이벤트의 흥행을 이끄는 유인책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루 버드(Blue bird)’는 ‘파랑새’라는 뜻으로 희망을 상징합니다. ‘블루 버드’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블루 버드 레코드’는 음반업계의 선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주식회사 블루 버드(Blue bird Inc.)’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1995년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출발하여 1998년 산업용 모바일 제조 판매로 주력사업을 전환하였는데, 2005년부터는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현재 고가형 산업용 단말기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불루 드림(Blue dream)’을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랙 버드(Black bird)’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제목이 어쩐지 어둡습니다.

15년 전 잘못된 사건으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20대 여인이 어느 날 50대가 된 남성을 찾아갑니다. 이 남성은 그 동안 주변의 비난과 긴 재판의 고난 끝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으나 결국 인과응보의 그 상처가 너무 깊어 마침내 파국을 맞게 됩니다.

‘그린 버드(Green bird)’라는 환경 단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거리에 빗자루를 들고 나타나 깨끗한 환경 조성에 앞장 서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비닐주머니를 들고 공원에 나타나 개의 배설물과 담배꽁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오래된 쓰레기들을 치우기도 합니다. 모두 깨끗한 새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화이트 버드(White bird)’는 우주 정거장 이름으로도 쓰이고, 노래 제목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새하얀 새가 날아/ 끝없는 길을 따라/ 어릴 적 기억의 흔적을 찾아/ 저 구름 너머의 별빛을 따라로 전개되는 가사는 듣는 이를 아득한 유년의 한 시점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들에 빗댄 이름이 많은 것은 새들에게 그만큼 상징하는 바가 많이 깃들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의식 속에 들어있는 형용사와 새의 결합은 또 다른 의식의 창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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