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운
복운
  • 승인 2020.11.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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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조카가 벌써 둘째를 출산한다. 첫째 돌잔치를 올 여름에 했다. 그 때는 걷지를 못하더니 어제 보니 걸어다닌다. 가끔은 비틀거리지만 혼자서 걷는 모습이 매우 귀엽다. 둘째와는 1년 3개월 차이란다. 첫째도 아들, 둘째도 아들이란다. 첫째가 아빠와 붕어빵인데 둘째는 엄마를 닮을 것 같다. 건강하게 순산하기를 바란다.

며칠 전이 아들 생일이었다. 아는 엄마와 출산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은 태어날 때 몸무게가 2.5kg이었다. 예정일보다 2주 일찍 세상에 나왔다. 세상이 많이도 궁금했나보다. 예정일 2개월전에도 조산기가 있어 병원에 1주일가량 입원했었다. 그 때 나왔으면 인큐베이터에 가야했을 것이다. 생명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 때도 열심히 기도했었다. 안전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아직은 나오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허니문베이비인 아들의 임신소식은 기쁨이었다. 요즘 말로 '비혼'상태에서도 아이는 낳고 싶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 허락지 않았고, 사회적 분위기가 생각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편에게는 불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때부터 온 신경이 남편이 아닌 아이에게 향해있었기 때문이다. 태교와 관련된 책을 읽었고, 그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고, 남편에게도 아버지로서 태교에 동참하기를 요구했다. 엄마는 자신의 몸 속에 아이가 자라기 때문에 온전히 태아를 느낄 수 있기에 자신의 한 부분인 태아를 성장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지만, 아버지는 아직 그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더 기울여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11월에 만나서 다음해 3월에 결혼한 아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온전히 아내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내가 되기를 바라고,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엄마가 된다는 것과 엄마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소망이 컸기에 남편의 바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남편도 아이에게 관심이 향해있기를 바랬다. 함께 키워야 할 부모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첫 아이의 태명을 지었다. '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복을 많이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삶에서 노력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고, 자신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지만, '타고난 복'도 있는 것 같다. 자기를 낳은 부모가 어떤 부모인가가 첫 번째 복일 수 있다. '금수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처럼 태어나면서 환경이 앞으로 그 아이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이 첫 번째 '타고난 복'일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 '금수저'는 물릴 수 없는 형편이라 다른 복은 타고나기를 빌었다. 우수한 뇌를 타고 나거나, 외모가 아름답거나, 성격이 좋아 학업, 직업, 배우자의 복은 있기를 바랬다. '복'이가 태어났고, 순했다. 외할아버지는 순한 아이를 보고 많이 빌었나보다고 말했다. 진정 엄마가 바라는 '복'을 타고나기를 바랬다. 둘째를 임신하고 태명을 '또 복'이라고 지었다. 역시나 복을 타고나기를 기원했다. 또는 좋은 '운'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엄마가 노력해서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엄마도 처음이라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한다. 엄마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그 이상은 아이의 노력이 따라야하겠지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만도 아닌 것이 세상인 것 같을 때가 있다. 시험도 운이 있고, 배우자도 운이 있고, 직장도 운이 있다는 말을 한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의 몫이지만, 노력이외의 그것을 '복운'이라 하는 것 같다. 부디 두 아이가 부모복은 타고 나지 못했을지라도 다른 세 가지 복은 타고났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복이 발현되기를 바란다. 타고난 복도 잘 가꾸어야 자라난다고 한다. 나름대로 엄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엄마의 노력으로 안 되는 그 이상은 '복'을 타고나 싹을 틔우기를 바란다. 엄마는 노력했고, 엄마는 기도하고 기도한다. 아들과 딸이 '복'을 타고 났고, '복'을 받을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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