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와 가족면역력
감염병 시대와 가족면역력
  • 승인 2020.12.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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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리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코로나이혼(Covidivorce)이 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부의 이혼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가족 간에 평소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면서 가사노동 증가에 따른 분담 문제, 각자의 생활습관문제, 오락 등 여가활동에 대한 의견차이 등 평소보다 많은 갈등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 여러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몇 달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통제를 경험한 국가에서 이혼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우리도 지난봄부터 이혼율이 달마다 1~2%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빚어진 가정불화가 주된 원인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의 가정과 가족 간의 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평상시 시간적, 공간적으로 각자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부부가 갑작스러운 공동생활의 증가로 인해 그 패턴이 무너지면서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갈등은 부부사이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전체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가정주부의 경우 남편과 자녀들이 출근이나 등교를 한 후 나름의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주부의 가사 일은 계속 연장이 되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도 누군가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합의되어진 집안일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또한 자녀는 중요한 시험이나 개학이 미루어지면서 성적과 진로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해 예민해질 수 있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폐쇄적이고 차단되어진 환경으로의 변화는 가족들 간의 매우 강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만들게 되고 매우 빈번하게 가족 간의 갈등으로 몰아넣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족 간에 대화를 가장한 비판이나 지적을 삼가야하며, 자신의 기분이나 의도대로 가족간의 의견을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먼저 이해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히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기존 대부분의 가정불화는 가족 간의 대화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있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의 대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맞벌이 가구의 증가,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는 아이들,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등은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과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는 각각 75.1%와 67.1% 크게 증가한 반면, 가족이 함께 놀이·여가활동시간의 증가는 31.5%의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어 가족이 함께 집에 있고, 함께 식사는 하지만 놀이나 여가활동은 가족구성원 각자 따로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물리적으로 가족이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이 시간들을 성숙하게 보낼 수 있도록 상호 존중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반드시 방역이 필요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족면역력을 키워야한다는 홍보캠페인을 지난 6월부터 시작했다. 가족면역력이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나 다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족의 탄력적 회복에너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족면역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없애기 위해 정확한 정보습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는 마음근육 키우기 1단계와 가족구성원 사이에 시간적, 공간적, 관계적 적정거리 유지하는 심리적 건강거리두기 2단계와 가족 내에서 나를 돌보고, 가족을 돌보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일생생활관리 3단계를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전의 감염병과 달리 확산 속도가 빠르고 확산 범위도 넓어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였고, 그 결과 우리는 당연히 가지고 있었던, 당연히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이러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대체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돌이킬 수 없거나 대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가족관계이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백신가 치료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못지않게 가족 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각자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감염병 시대를 이겨내는 중요한 열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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