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현재 공유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증 또는 원동기면허 이상 소지자로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한 후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만 운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지키는 사용자는 거의 찾기가 힘들다. 지난 24일 인천에서는 교차로에서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등학생 2명이 택시와 충돌하였고 이 중 한 명이 결국 치료 중에 사망하였다. 이렇게 지금도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 사망사고를 포함한, 관련 소송 등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9월 6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올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되면 운전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만 13세 이상이면 운행이 가능하고 차도 우측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 이용까지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그리고 안전모 의무 착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필자는 개정된 내용을 읽자마자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더욱 강력한 규제가 더해진 개정일 줄 알았는데 나이 완화부터 자전거도로 점령에 안전모 의무 착용 배제까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개정이다. 개정을 추진하고 허가한 이들은 본인들이 직접 운전하거나 혹은 보행자로 살지 않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이다.
전동킥보드 안전운행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운전자 및 보행자 사망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주차 질서는 최악 중의 최악이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 버리고 간 공유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로 넘어져 있어 차량 운행에 문제가 되는 경험, 운전자라면 직접 겪었거나 들었거나 혹은 목격했거나 하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우회전 진입 중에 도로에 널브러진 전동킥보드를 보고 황급히 차선을 변경했다. 인도에 무질서하고 지저분하게 방치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소리 없이 정말 빠른 속도로 보행자 옆을 지나가는 위협에 더해 이제는 아무렇게 버려진 전동킥보드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경우 생명의 위협을 그대로 받는다. 전동킥보드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인도에 노란색으로 된 유도블록) 위에 주차된 경우, 시각장애인이 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타박상이나 치아손상은 물론 자칫 머리라도 부딪히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전거의 경우 허리 높이까지 오지만 전동킥보드는 발목만큼의 높이이다 보니 누구라도 발목에 걸리는 순간, 부딪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대부분 넘어지게 되는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그 위험 정도가 수십 수백 배다. 물체의 높이가 낮아 지팡이로 잘 건드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 주변, 횡단보도 등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주의하는 곳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그들에게는 불편함이아니라 생명의 위협이나 다름 없다.
또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시, 그 보상을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자동차보험으로 우선 지불하도록 보험 약관이 개정되는 것도 문제다.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와 운전자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피해자 본인과 가족 중 누구도 자동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렵다. 이런 보상체계가 지속되어 전동킥보드 사고 관련 보험지급액이 증가하면 결국 전체 자동차보험금액은 또 증가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전동킥보드 운행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함께 지게 된다.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인도를 이용해 쏜살같이 달아나는 위법 운행자를 무슨 수로 막겠다는 것인지, 헬멧 미착용의 오토바이운전자 단속도 어려운 마당에 말은 참 쉽게 한다. 기업 이익과 맞물려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 탓에 우리 같은 일반 보행자이자 운전자들은 그저 피하고 조심하고 경계하며 사는 수밖에 없으니 다들 두 눈 부릅뜨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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