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오류 ‘확대와 축소’
인지적 오류 ‘확대와 축소’
  • 승인 2020.12.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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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우리가 흔히 착각을 일으키는 일 중에 하나는 자신은 크게 확대하고, 타인의 일은 작게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지적 착각을 ‘인지적 오류’라 한다.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란 사람들이 생활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논리적 잘못을 뜻한다. 인지적 오류로 인해서 우울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일의 의미는 크게 확대하는 경향이 있고, 긍정적인 일에 대해서는 축소를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자신을 보고 ‘얼굴이 잘 생겼네요.’라고 했을 때는 그냥 인사치레로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잘못에 대해서 지적을 조금이라도 받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확대해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인지적 오류로 인해서 긍정적인 부분은 축소하고, 부정적인 부분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실제가 아닌데 인지(認知)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현실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이 모든 유형을 다 설명할 수는 없고, 오늘은 ‘확대와 축소’의 인지적 오류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 한다.

어릴 때부터 둘도 없이 친했던 단짝 친구가 마음을 합하여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즉, 동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동업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게 다가왔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초기 자금도 많이 들고, 여러 가지 부담이 많은데 비용을 둘이서 나눠서 부담을 하게 되니 금전적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또한 일 적인 면에서도 적당하게 둘이 일을 나누게 되니 수고로움도 반으로 줄어서 체력적 부담도 훨씬 적었다. 그리고 혹시나 사업을 하다가 망한다고 했을 때, 혼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통의 책임을 지게 되니 이 또한 부담이 적었다. 여러모로 동업이 두 사람에게 좋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좋게 시작된 동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A가 보기에는 자신은 회사를 위해서 노력하고 애쓰고 있는데 동업자인 B는 너무 회사에 태무심(殆無心)한 것처럼 느껴졌다. 늘 자신만 일하고 있고, 화장실의 청소도 자신만 하는 것 같았다. 회사에 사용되는 비품이며 소모품도 자신은 운영비를 절약하고자 아끼고 있는데 친구인 B는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A는 자신 때문에 친구가 득을 보고 있으며, 자신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둘은 동업을 끝내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A가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B 역시 A가 생각한 부분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서는 확대를 하였지만,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축소가 일어난 결과였다. 바로 이것이 ‘확대와 축소’라는 전형적인 인지적 오류다.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은 아주 크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의 청소를 해놓고 매번 청소를 했던 것으로 인지적 오류를 일으킨다. 반면 타인이 한 일은 잘 기억도 못할뿐더러, 혹시나 그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그 행위는 당연한 것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나의 잘한 일에 대해서는 확대가 일어나고,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축소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를 잘 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바로 ‘확대와 축소’의 인지적 오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잘하는 일은 작게 축소해버리거나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확대하고, 자신이 잘한 일에 대해서는 크게 확대하거나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축소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지적 오류 ‘확대와 축소’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뒤집기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이다. 즉, 타인이 잘한 일은 확대하고, 내가 잘한 일에 대해서는 축소를 해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다. 옛말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라 했다. 타인이 잘했을 때는 그 행위를 크게 부풀려 “어쩜 그렇게 잘 할 수 있지. 정말 대단한데.”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칭찬해주고, 자신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자랑보다는 적당한 정도의 칭찬을 해주며 겸손을 배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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