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
땡땡이
  • 승인 2020.12.03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아이는 시골에서 태어나 동네 형들이 소를 몰고 꼴을 뜯어 먹이는 동산에 따라 갔다. 그 날 소의 목에 걸린 ‘땡그랑! 땡그랑!’하는 워낭 소리를 들었다. 형들은 정신없이 놀다가도 워낭 소리를 듣고 소들을 쉽게 찾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서울에서는 새벽마다 두부 장수의 ‘땡그랑! 땡그랑!’하는 종소리를 들었다. 골목에서 두부 장수는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띄었다. 성당과 교회에서도 새벽 종소리가 울렸다. ‘소녀의 기도’ 그림은 아이에겐 경배의 대상이었다.

대학생 불교학생회에서 겨울수련활동을 춘양 각화사에 갔다. 새벽 3시 무렵에 목탁을 ‘탁! 탁!’하고 치면서 도량석(道場釋)을 돌았다. 그리고 종송(鍾誦)을 하고 ‘땡! 땡!’ 범종을 치기도 했다. 참선, 공양, 법문, 울력, 철야정진, 모임 등의 수련활동 시종은 목탁소리를 통해서 듣고 알렸다.

초임 발령을 받은 시골 학교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종을 ‘땡땡!~ 땡땡~!’하고 치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고, ‘땡!~ 땡~’하고 치면 마침 종소리이다. 교직원회의, 주번활동, 특별활동 등의 종소리는 달랐다. 음악 교과서에도 ‘학교 종’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었다. 어떻든 소리는 신호와 약속의 전달매개였다.

중국의 요 임금은 누구나 임금에게 간언을 할 수 있도록 북을 설치했고, 순 임금은 자유롭게 비판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나무게시판을 만들었다. 상(은)나라 탕 임금은 자기의 잘못을 수시로 간할 수 있는 선비들을 뽑아 활용하였다. 주나라 무왕은 ‘도(鞀)’를 만들어 돌리면서 자신을 경계시키고 행동을 삼가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도(鞀)’는 ‘노도(路鼗)’를 말한다. 즉 ‘땡땡이’를 말한다. 몸통이 긴 작은 북 두 개를 십자형으로 자루에 매고, 각 북의 허리 양쪽에 가죽 끈을 매달고 구슬을 달았다. 자루를 돌릴 때마다 끈의 끝에 있는 구슬이 북에 부딪혀서 소리를 내었다. 무왕은 소리의 혼탁과 청아함에 따라 몸가짐을 조심하였다.

무왕이 상(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없애기 위하여 목야의 도성 밖까지 갔다. 그 때 무왕이 입고 있던 바지의 각반 끈이 풀어졌다. 무왕 곁에는 다섯 명(주공 단, 소공 석, 태공 망, 필공 고, 소공 분생)의 이름난 신하들이 있었다. 다섯 명의 신하는 무왕의 바지 각반 끈이 풀어진 것을 모른 척 하였다. 다섯 신하는 ‘나는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지 바지의 각반 끈을 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무왕은 쥐고 있던 흰 깃발은 왼쪽에 놓고, 황금 도끼는 오른쪽에 놓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바지의 각반 끈을 매었다.

공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이게 바로 다섯 신하들이 무왕을 위하여 보좌하는 방법이다. 어리석은 군주는 무왕처럼 하지 못하고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요, 순, 탕, 무왕은 이렇게 스스로를 알아가는 방편을 가졌으면서도 지키지 못할까봐 두려워하였었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이 네 사람의 명성에 미치지 못함에도 오직 가리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과연 그들은 어떤 소리(땡땡이)를 지니고 스스로를 견책하며 근신할까? 그 방법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조선 태종 때는 신문고를 만들어 대궐에 달아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신문고의 단점을 보완한 방법으로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擊錚)도 생겼다. 정조는 한양에서 수원 화성 행궁까지 가면서 노상에서 격쟁을 울리는 백성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는 혼란해지면서 육경(범씨, 위씨, 한씨, 조씨, 중행시, 지씨)이 나라를 이끌어 갔다. 그런데 범씨, 중행씨는 다른 네 사람에 의하여 망하게 되었다. 범씨의 집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다. 도둑이 그 종을 훔쳐 가려는데 도저히 짊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망치로 종을 깨트렸더니 “쨍~”하고 소리가 났다. 도둑은 너무 놀라서 두 귀를 막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 그 종소리를 듣고 달려올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엄이도종(掩耳盜鍾)’의 고사이다. ‘자기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한 말이다. ‘얕은꾀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든 마음속에는 ‘땡땡이(鞀)’라는 소리가 있다. 항상 견책하고 근신하는 행동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하리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