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태와 공무원 징계
검찰총장 사태와 공무원 징계
  • 승인 2020.12.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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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학창시절 60세가 훨씬 넘은 다리가 불편한 헌법 교수님이 육교 아래를 무단횡단 하다가 단속되자 경찰관에게 ‘나는 헌법 교수인데 주로 큰 법을 지킨다’라고 말해 경찰관이 웃으면서 그냥 넘어간 일이 학생들 사이에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더구나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검찰이나 법무부는 큰 법과 작은 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엄정 준수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징계에 관한 법령이 작은 법이라면 헌법 및 검찰청 법에서 일반 공무원과 달리 검찰총장의 임기가 보장되고 탄핵 대상으로 삼은 것은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엄정한 형사법집행을 보장하도록 하는 큰 법의 취지이다. 현재 사태는 법무부가 헌법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동시에 징계절차에 관한 작은 법도 지키지 않고 있어 너무나 실망스럽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징계절차의 정당성과 징계사유의 정당성이 전부 존재하여야 적법한 징계로 인정된다. 따라서 해임사유가 있다고 추정되어도 법이 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임사유의 존재여부를 불문하고 징계는 위법한 것이 되어 해임이 취소된다. 판례에 의하면 징계 등 사유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한 후에 관련 자료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징계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에 대하여는 처분관청이 징계사유 존재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여야 한다. 징계처분이 공무원의 신분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재제처분임에 비추어 징계를 요청하는 관청은 징계사유의 존재에 관하여 의심을 갖게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형사상 유죄의 확신에 준하는 보다 명확한 증거제출이 필요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충분한 조사’의 의미는 징계권자가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에 준하는 입장에서 징계혐의자의 비위 사실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중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징계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오로지 징계사유의 존재에 관한 증거만 수집하여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상대방에게 변명 및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반 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구 시 반드시 징계위원회 개최 약 1주일 전에 징계혐의를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피징계자에게 알려주어 충분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위반되면 해당 징계는 중대한 절차위반으로 취소된다. 하물며 검찰 수사업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시 정확한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징계위원회 개최일시도 이렇게 촉박하게 진행한다면 이는 검찰총장 징계에 관한 방어권 행사 관점에서 너무나도 불리한 것으로 만일 법무부가 정한 방식과 일정대로 징계가 이루어지면 이에 관한 행정소송은 99% 검찰총장이 승소한다. 또한 충분한 조사 및 징계사유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는 검찰총장에게 소명의 기회조차 정상적으로 제공하지 않았고 조사에 참여한 검사들의 의견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라는 결론이 우세하였다면 충분한 조사 및 판례가 말하는 형사사건에 준하는 정도의 비위혐의 입증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이러한 상태에서 징계를 강행한다면 역시 징계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만일 검찰총장이 해임된다면 해임취소 소청(공무원 징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곧바로 소송을 할 수 없다)의 상대방은 법무부장관이 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은 법무부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하므로 대통령을 상대로 해야 할 것이지만 소청절차규정 제2조에 '대통령의 처분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는 제청권자'를 상대로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 상대방은 법무부장관이다.

직무집행정지에 대하여 법원의 임시적인 가처분으로 다시 검찰종작 직에 복귀한 윤석열 총장의 복귀 발언도 너무나 실망스럽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메지 말아야 할진데 검찰총장이라는 중대한 신분에 비하여 너무나 가볍게 처신한 점 및 과거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이 오늘날 상대방에게 징계의 꼬투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복귀 시 당연히 ‘본인과 검찰의 지난날 과오가 오늘날 사태의 한 가지 원인을 제공하였음을 크게 반성하면서 중립적인 검찰로 국민에게 한 점 부끄러움에 없는 검찰조직이 될 수 있도록 거듭 나겠다’라는 사과의 변까지 곁들였다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다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다짐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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