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에게 잡혀간 수탉 -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라
독수리에게 잡혀간 수탉 -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라
  • 승인 2020.12.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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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승리(勝利)’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전쟁과 관련하여 성공을 가리키지만, 더 넓은 뜻으로는 어떠한 경쟁에서라도 이기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유형으로든지 경쟁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외형은 이겼다 할지라도 내면적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완전한 승리라 할 수 없습니다. 정서적으로의 승리만이 참다운 승리로 만족할 수 있게 됩니다. 정서적 승리만이 의기(義氣)에 찬 감정을 수반하므로 강력한 엔도르핀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수탉 두 마리가 암탉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둘은 한참 싸웠고 마침내 승패가 결정되었습니다. 싸움에서 진 수탉은 깊은 상처를 입고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순간 엄습하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으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하여 어둑한 구석으로 쳐 박히듯 숨어 버렸습니다.

반면 이긴 수탉은 암탉을 차지하게 된 기쁨과 승리에 도취되어 높은 담장 위에 올라가 큰소리를 지르며 으스대었습니다.

“꼬끼오, 이제 이 세상은 나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이 소리를 듣고 어디에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담장 위의 수탉을 낚아채 가버렸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싸움에서 진 수탉이 암탉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일이 잘 풀린다고 해서 절대로 자만해서는 아니 된다는 가르침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승리할 때가 정말 위험한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평소에 겸손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겹쳐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미술관에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그린 ‘승리’라는 제목의 그림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곡선이 적절히 사용되어 금방이라도 그림 속 인물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앙리 4세의 아내이자 아들 루이 13세를 대신해 섭정을 하던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 1573~1642)가 주문한 것입니다.

앙리 4세는 여러 번 결혼에 실패한 끝에 당시 이탈리아의 권력가문인 메디치가의 딸 마리와 정략결혼을 감행하였습니다. 이에 마리 드 메디치는 루벤스에게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왕궁으로 시집 와서 남편이 암살당한 뒤 아들을 대신해 프랑스를 이끌던 시절까지의 여러 가지 업적을 화폭에 담게 했던 것입니다. 총 22개 장면으로 그려진 ‘마리 드 메디치의 일대기’ 속에 이 ‘승리’라는 그림도 들어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영웅적으로 묘사해준 루벤스에게 남편인 앙리 4세의 업적을 찬양하는 연작 그림도 주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 루이 13세와의 권력 다툼에서 패배하고 추방되면서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중단되었고, 화가마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영원히 미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승리했다고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문득 순자(荀子)의 권학편에 나오는 ‘몽구(蒙鳩)’라는 새 이야기가 또한 떠오릅니다.



南方有鳥焉 名曰蒙鳩 以羽爲巢 而編之以髮 繫之葦苕 風至苕折 卵破子死 巢非不完也 所繫者然也

남쪽에 몽구라는 새가 있는데, 깃털을 이용하여 둥지를 만들고 머리의 깃털을 뽑아 얽어서 갈대 줄기에 매어단다. 바람이 불어 갈대 줄기가 꺾이면 알은 깨어지고 새끼는 죽게 되는데, 이는 둥지가 완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둘레의 여건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도 겸손해야 하지만 둘레의 여러 조건과도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니 스스로 겸손하면 둘레의 여건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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