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세포가 죽었다
연애세포가 죽었다
  • 승인 2020.12.10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
피어리 결혼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비혼과 만혼이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왔다. 예전엔 집안에 노처녀 노총각이 있으면 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웃에 혼사가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가슴이 쿵한다. 내 자식이 무슨 흠이 있어 시집 장가를 못 가는 것처럼 사람들 앞에 내놓고 말하기를 꺼린다.

지금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인연을 못 만나면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결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니, 심지어 짝이 있어도 연애만 하고 결혼은 미루는 눈치다. 연애 한 번 할 여유 없이 일만 열심히 하다가 혼기를 놓친 경우도 다반사다.

미모의 사십 대 초반의 A는 제법 잘 나가는 입시학원을 경영하는 골드미스다. 아버지의 성화에 처음으로 결혼정보회사에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제대로 연애 한 번 해본 경험 없이 지금까지 일만 했다. 어쩌다 지인의 소개로 맞선을 본 적이 있고 그중에는 상대 남성과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연애하는 게 어색하기 짝이 없고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단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도망치듯 물러서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될지도 몰랐다. 정말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이런 미지근한 태도에 남자는 가버렸고, 그녀는 후회했다.

그녀는 새로운 만남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있다고 걱정했다. 사랑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말했다. 담당 매니저를 통해 연애 코칭도 받고 부담 없이 감정이 가는 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해보라고 어드바이스를 했다. 그녀의 잃어버린 연애세포를 깨우기 위해 동년배의 능력 있고 멋진 남성을 소개했다. 남성은 그녀의 순수한 모습에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매일 카톡 안부도 하고 데이트를 요청했다. 남성도 자기 일만 열심히 하고 연애경험이 없는지라 마음은 뻔한데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서툴렀다. 두 사람 다 나이에 비해 연애 초보자였다. 서로가 결혼에 대해 절박한지라 잘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몇 번의 만남이 오간 후, 여성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통화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타났다. 그는 자상하고 친절한 청년이다. 그런데 손을 잡아도 느낌이 없고 동생 같고 설렘이 없다며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단다. 대화는 통하고 싫지는 않단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것을 제안했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성이 연애까지 선수면 오히려 남편감으로 불안하지 않을까. 첫눈에 반해도 결혼 후 3년이 지나면 눈에 콩깍지가 벗겨다는 말도 있다. 좀 천천히, 어느날 이 남자가 멋진 모습으로 나를 설레게 할 수도 있다고 설득 했다.

그리고 남성과 통화했다. 남성도 여성이 자신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에 와서 연애경험을 쌓을 수도 없고 인터넷을 뒤져서 연애학개론이나 여성의 심리 공부를 좀 해보라고 했다. 이론도 경험에 근거한 것이니 조금씩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라 했다. 남성의 나이가 연하든 연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성은 자신의 의견을 일일이 묻는 자상함보다 남자답게 자신만 믿고 따라오라는 용감한 남자에게 더 믿음을 갖기도 한다.

여성의 본능은 남성에게 보호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존재다. 한 해가 가기 전에 그녀의 죽은 연애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마음의 변화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