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 승인 2020.12.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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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교육학 박사
“선생님(요양보호사), 우리 아가가 언제 오는 교. 이쁜 윗도리 사온다고 했는데”, “우리 아가가 할망스러워 잊었는 갑다”, “선생님, 우리 아가가 언제 오는 교.” “선생님, 우리 아가 전화 넣어주소”

어르신은 아침 식사 시간과 간헐적인 수면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요양보호사를 붙들고 고운 외투 타령을 한다. 해석하면 이렇다. “선생님(요양보호사), 우리 며느리 언제 오나요? 예쁜 재킷을 사겠다고 했어요.”, “며느리가 잘 잊어먹는 터라 잊은 모양입니다.” “선생님, 며느리 언제 오나요?” “선생님, 우리 며느리에게 전화에 넣을 주세요.”

노인 수용시설에 계시는 치매 할머니가 며느리를 기다리며 날마다 요양보호사에게 하는 말이다. 고생스럽게 산 날의 보상으로 고운 외투를 입고 여행가고 싶은 어르신의 소망을 요양보호사는 매일 듣는다.

“ 할머니, 식사 잘하고 편하게 지내시면 며느님 곧 올 겁니다.” “ 할머니. 며느님이 잊지 않고 고운 외투 사러 곧 올 겁니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가능한 어르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말로 지친 기색 없이 답을 주고받는다.

인생 여정의 최종단계는 죽음이다. 죽음은 생물학적 기능의 정지며 유기체 능력의 상실을 의미 한다. 이 죽음은 모든 인간의 관심사이며 노인의 주된 관심사로 반드시 노년기에 극복해야 할 주요과업이다. 그래서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노년기에는 자아통합을 성취하여 현명한 죽음을 맞이 인간으로서 완성된 삶의 핵심과제로 보았다.

인간이 태어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듯이 죽음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고 선택할 수 없다. 이 분명한 사실을 모두 안다. 가는 세월, 오는 백발이 당연지사, 세월이 가면 나이를 먹게 되고 병이 친구처럼 찾아와 함께 늙어 가지만 죽음이란 실체 앞에 망연자실 불안이 기다린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 한 걸 보면 오랫동안 현재를 유지하고픈 것이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상실과 정지다. 신체도 정신도 심리도 사회도 관계도 상실을 경험하고 기능 정지를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런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문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노령화도 전문 기관을 찾아야 한다.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은 수용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가사 · 활동지원 또는 주간보호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 받아야 한다.

아주 어린 아이와 노인은 유사한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스스로 삶을 영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도 노인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그런데 돌봄의 방식은 매우 다르다. 젊은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시설 더 좋은 교육장을 찾는다. 노인들은 다르다. 노인이 스스로 삶을 꾸려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노인을 돌봄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한다.

노인이 된 부모를 노인 복지 시설에서 돌봄을 받는 것에 대해 “정(正)”과 “부(不)”로 나뉜다. “효(孝)”와 “불효(不孝)”의 시선에 잡힌다.

이젠 달라야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가 맞다.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노인은 노인복지’가 답이다. 어린자녀를 집에 혼자 두면 방임이듯 부모를 집에 혼자 지내게 하면 방임이고 학대다. 그렇다고 부모를 집에서 모신다고 효는 아니다. 생애 마무리를 아름답게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생활기반 안정이 보장 되어야 한다. 실제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시설에 살고 싶어 하는 중년층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들 스스로 노인요양시설을 찾는 경우도 있다.

노인 요양원이 생애 마무리기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어 노인 복지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책임과 의무만으로는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없다. 제 부모님, 제 가족의 개념 없이는 단순한 기관 일 수밖에 없다. 의무와 책임은 당연하다. 효는 부모에 대한 자녀의 감사와 존경이다.

노인 요양원 근로자는 사회를 지켜온 노인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감사와 존경, 존중의 마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어르신과 함께 하는 우리는 어르신들의 마지막 보루(堡壘)가 되어 두려움 없이 죽음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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