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과 그 집행
공수처법과 그 집행
  • 승인 2020.12.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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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민주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과 개정을 아주 주도면밀하게 처리했다.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봉쇄하는 개정과정에서 보인 여당의 행태는 180여석에 가까운 의원 수의 위력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넘쳤다.

얼핏 생각난다. 여당 측 모 의원이 검사나 법관이 퇴직한 후 1년간 공직후보자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역시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기 보다 의도성 짙은 질 낮은 정치적 작태다. 야당은 여당이 의석수로 억압한다고 말하지만 의원수가 적기 때문에 야당이 되었으니 불평해야 소용없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규탄하는 시늉만 했지 국민들에게 감동 주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사 진행 방해로 곤욕을 치른 지난날의 트라우마 때문 일까. 정치는 완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기술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지금과 같은 정치풍토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또 그것을 할 수 있는 정치인도 드물다. 수의 힘에 밀려 아무것도 못하는 야당, 뚜렷한 문제해결의 대안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야당의 무력함을 국민들은 그저 안타깝게 보고 있을 뿐이다.

이제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한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다루고 처리하는 곳이다. 당초 생판 보고 듣지도 못한 이 법을 만든다고 했을 때 한국에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나라라는 인식을 자국민이나 외국인에게 충분히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권의 단물에 흠뻑 빠진 이념주의 정상배들이 야당의 반대나 국민들의 법 저항을 알면서도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들어나고 있다. 그들은 표면상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공수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다.

사실 한국의 검찰은 권력기관으로서 그 위세가 대단함은 누구나 다 안다. 역대 대통령들을 조사하고 구속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정부는 검찰의 그 같은 권력을 허용하지 않는 체제를 만들려고 무던히 애써 왔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에 도전하는 검찰을 대통령의 통치권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 공수처법이 아닐까.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그치지 않고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19의 위세에 눌려 국민들이 방역과 생업에 목을 매고 있는 사이 여당은 여유롭게 공수처법을 개정하였다. 제1야당은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국민들은 언론이 말하는 공수처법의 사회적 해악에 관심을 보이기보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골 깊은 싸움과 윤 총장의 징계문제에 관심이 더 많다. 요즘 문대통령의 심기가 매우 복잡할 것이다.

최근 문대통령은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6.7%를 보이면서 취임 후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레임덕의 시작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추 장관과 윤 청장 간의 오랜 대치, 윤 청장의 징계문제가 그 핵심이다. 곧 공수처장이 임명되면 그 활동내용이 들어나겠지만 문대통령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공수처법의 집행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금 검찰에서 수사 중에 있는 사건 중에는 정권의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옵티머스·라임펀드사기, 울산시장 선거공작 등등은 국민들의 초관심사로 만약 공수처가 그 사건들을 끌어간다면 모든 범죄행위가 유야무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 재판 중에 있는 사건에 공수처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이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문대통령은 국민들의 눈밖에 날것이다. 그러므로 공수처의 존립과 대통령의 공약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재 검찰에서 취급하고 있는 국민관심사 중 큰 사건들은 검찰에서 계속 수사토록 해야 한다.

공수처와 검찰의 기능이 다르지만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연관 있는 사건을 취급하는 수사기관이므로 정치적·정책적으로 접근·해결해야 할 일도 다분히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한마디. 윤 검찰총장이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될까.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장관은 공수처장이 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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