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진객 ‘두루미’ 기운 받아…행복 날아들길 기원
새해 진객 ‘두루미’ 기운 받아…행복 날아들길 기원
  • 채영택
  • 승인 2020.12.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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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온의 민화이야기]근하신년- 다시 날아오르는 학(鶴)
1월 화투 문양에 담긴 ‘단정학’
무병장수 기원 십장생 중 하나
단원 김홍도 걸작 8폭 병풍 그림
산수 배경 전원생활 즐거움 담아
연하장에 들어가는 단골 손님
소나무와 어우러져 만복 기원

연하장(年賀狀, New Year card)의 시즌이 돌아왔다.

연하장이라고 하면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간단한 글과 그림을 담아 새해인사를 전하는 편지 또는 엽서를 말한다. 새해를 맞는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를 더 살게 됐다는 장수를 의미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새로운 한 해의 희망과 소원을 담고 그 축원의 관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새해 1월은 또 한해를 시작하는 의미가 중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년 연하장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새가 어떤 새일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새가 학(鶴)일 것이다.

학鶴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로 몸길이가 140cm 정도의 두루미과에 속하는 대형 조류이다. 우리말로는 두루미라고 하며, 일제 강점기 두루미와 학을 혼용해서 쓰다 보니 헷갈리는 분들도 계신다. 한자로는 선학(仙鶴), 선금(仙禽), 노금(露禽), 태금(胎禽), 단정학(丹頂鶴) 등으로도 불린다.

화투
<그림1> 화투 1월.

<그림1>

명절에 가족의 친목을 위해 등장하는 화투의 면면을 보면 1월 광(光)에 이 빨간 정수리를 가진 학(단정학)이 등장한다. 화투는 1년 열두 달을 상징하여 각 달에 해당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중 1월에는 학과 소나무가 그려졌다. 하필이면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의 그림에 학과 소나무가 그려졌을까? 먼저 학과 소나무의 공통점부터 알고 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은 십장생(十長生)을 의미하는 물상이다. 열 개중에 두 가지를 1월에 함께 그렸다는 것은 1월이 중요한 달이며 동반상승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학은 입신양명을 뜻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시대에 따라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문관 중에서 당상관들이 착용하는 관복의 흉배에 두루미를 수놓았다. 학과 같은 사람이 되라는 의미인데, 그림에 그려질 때는 ‘입신양명’과 ‘출세’를 의미하게 된다. 또 부부 금술을 뜻하기도 한다. 부모 베개와 이불, 장롱, 수저에 그려진 새도 ‘학’이다. 이렇듯 학은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동물이면서도 그 생태나 의미로 고고함과 순수함, 길상적인 의미의 모든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삼공불환도(전도)-김홍도
<그림2> 김홍도.작 삼공불환도(전도).
새해연하장-작가미상
<그림3> 작가 미상 ‘새해 연하장’

<그림2>

단원 김홍도(1745∼1806?)가 순조의 천연두 완쾌를 기념해 1801년(순조 1년) 그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는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을 만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그린 8폭 병풍 그림이다.

강을 앞에 두고 산자락에 자리한 기와집과 논밭, 손님을 접대하고 있는 주인장, 심부름하는 여인, 일하는 농부, 낚시꾼 등이 짜임새 있게 담겼다.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삼공(三公)의 높은 벼슬과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로, 송나라 시인 대복고(戴復古)의 시 ‘조대(釣臺)’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림은 산과 들판과 바다가 펼쳐지는 자연 속에서 영의정·좌우정·우의정 삼공이 조금도 부럽지 않는 전원의 생활을 누리고 있는 장면이다.

이 그림에는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 풍류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표현되어 있다. 태호석과 파초, 소나무, 대나무, 버드나무와 하늘을 날고 있는 제비나 연못의 오리가 그것이다. 또한 그림 속의 집안에는 마구간의 두 마리의 말과 안채 마당의 개와 닭들이 그려져 있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동물은 세 마리의 사슴과 두 마리의 학이다. 알다시피, 학과 사슴은 신선세계를 상징하는데 학이나 사슴을 집안에서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비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이곳이 신선세계, 곧 이상세계라는 것은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우아하게 앞마당을 거니는 학이 등장하는 것이다.

 

새해연하장-작가미상
<그림3> 작가 미상 ‘새해 연하장’

<그림3>

이제 연하장에 등장하는 학의 모습을 보자.

학은 그 생태적으로 뒷발톱이 퇴화되어 짧고 다리 위쪽에 있어 나뭇가지에 앉을 수 없고, 그 생태 습성 상 습지에서 서식하는 습성이 있다.
 

새해연하장-작가미상
<그림3> 작가 미상 ‘새해 연하장’
새해연하장-작가미상
<그림3> 작가 미상 ‘새해 연하장’

그럼에도 학의 배경에 소나무가 등장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같이 하지 않지만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어 함께 그리는 것이다. 학은 십장생으로 장수하는 새이며 예로부터 천수(天壽)를 상징한다. 소나무는 백수(白壽)를 상징한다. 특히 학은 한·중·일 모두 새 중의 으뜸으로 여겨 화투에서도 1월에 나타난다. 소나무도 정월 즉 음력 1월을 나타내 화투에서 1월에 학과 소나무가 함께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가도마쓰라(門松)라고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 동안 소나무 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고 복을 비는 풍습도 있다.

학과 소나무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을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라 부른다. 학처럼 천수를 누리고 소나무처럼 백수를 하시라는 장수를 비는 그림이다. 조선시대 등에는 과거공부를 하는 선비에게 정오품 이상 당상관의 관복에 그려진 두 마리의 두루미처럼 새해 꼭 과거에 합격하라는 뜻으로 학수송령도가 쓰이기도 했다.

결국 학과 소나무가 연하장이나 우표 등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모두 새해에 무탈하고 장수를 비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연하장-작가미상
<그림3> 작가 미상 ‘새해 연하장’

최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 소재 한국문화제 특별공개로 해학반도도<다시 날아오르는 학>이라는 주제로 공개되었다.

2년간의 보존처리과정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특별이 공개된다고 하니 정말 꼬옥 보러 가고 싶다.

이제 2020년 12월도 중순으로 가고 슬슬 2021년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주위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올해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렸다고 한다. 코로나라는 희대의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그 뒤치다꺼리로 정신없이 시절을 보내버린 듯하다. 이제 백신도 나왔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모여서 공부도 하고 시험도 치고, 밥도 먹는 일상이 돌아와 다시 날아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하신년 새해 연하장의 다시 날아오르는 학의 비상으로 활기차고 힘찬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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