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가 함께함을 귀하게 여긴다 (貴公)
전체가 함께함을 귀하게 여긴다 (貴公)
  • 승인 2020.12.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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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며칠 전 대구신문 김상섭 사장이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고 이불을 보내 왔다. 보내준 이불도 물론 고맙지만 사장님의 따스한 정감이 더 마음에 깊숙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국어 교재에 ‘아가의 새 이불은/꽃사슴 이불//포근한 햇솜의/꽃사슴 이불//소로록 잠든 아기/꿈 속에서//꽃사슴 꽃사슴/타고 놉니다.(꽃사슴, 유경환)’라는 동시가 저절로 읊조려졌다. 이 시를 읽으면 포근한 햇솜의 꽃사슴 이불을 덮고 귀엽게 잠든 아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새근새근 잠든 아기는 꿈속에서 편안하게 꽃사슴을 타고 놀고 있을 상상도 해보게 된다. 꽃사슴은 갈색 털에 흰 반점이 있는 동물로 옛날부터 십장생에도 나온다. 꽃사슴은 무리를 이루어 화합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친밀한 동물이다.

필자의 교사 시절,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 시를 외우면서 깔깔거리며 귀여운 동생들의 자랑을 늘어지게 했었다. 동생이야기에는 ‘귀염둥이, 개구쟁이,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뚜쟁이’ 등의 온갖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귀여우면 ‘깨물어주고 싶은 내 동생!’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을까? 아이들은 그저 좋아서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며 야단법석이었다. 순간 “얘들아, 동시는 내용이 분명해야 하고, 춤추듯이 실감이 나야 하고, 새로운 느낌이 있어야 한다. 알았지?”하고 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의 신난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분위기를 바꾼 선생님이 재미없었으리라. 그 땐 왜 그랬는지. 아이들과 ‘함께 나눔의 공부’를 실천하지 못했었다.

옛날 성군이라 일컫는 왕들은 ‘귀공(貴公)’을 맨 앞으로 내세웠다. 이 말은 ‘전체가 함께함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이다. 전체가 함께해야 천하가 평화로워진다. 왕들이 천하를 얻는 것은 전체가 함께함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왕들이 천하를 잃은 것은 전체가 함께하지 못하고 사사로움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홍범구주(洪範九疇)에도 ‘사사로이 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평탄하고 쉽다.’고 했다. 임금의 의리를 따르게 하려면 사사로이 하지 않고 기울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임금의 도리를 따르도록 하려면 사사로이 은혜를 베풀지 않아야 한다. 임금의 길은 누구든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치우치지 않고 무리도 없으면 임금의 도리는 넓고 크다. 넓고 크다는 말은 탕탕(蕩蕩)이다. 무리도 없고 치우치지 않으면 임금의 도리는 예사롭고 평범하다. 예사롭고 평범하다는 말은 평평(平平)이다. 반대도 없고 기울어짐도 없이 공평해지면 임금의 도리는 탕탕평평(蕩蕩平平)해진다. 정직해진다. 그래서 조선의 영조는 당파 싸움을 없애기 위하여 골고루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책(蕩平策)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명을 받아 아예 자기의 침실 이름을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 붙이기도 했다.

초나라 장군이 애지중지하던 활을 길에서 잃어버렸다. 그 장군은 잃어버린 활을 다시 찾으려고도 않고 “초나라 사람이 활을 잃어버리고, 초나라 사람이 활을 주웠으면 됐다. 뭣 땜에 다시 활을 찾겠는가?”라고 말했다. 마침 이 이야기를 공자가 듣고 “그 장군 말에서 ‘초나라’라는 말을 뺐으면 훌륭하겠다.”고 했다. 공자의 이야기를 들은 노자는 “공자의 이야기에서 ‘사람이’라는 말을 빼면 아주 훌륭하겠다.”라고 부연했다. ‘활을 잃어버리고, 활을 주웠으면 됐다.’라는 말이 ‘전체가 함께한다.’는 의미가 가장 큼을 알 수 있다. 이 말에 육하원칙을 더하고 빼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전체가 함께하려면 오사(五事)가 필요하다. 얼굴 모습, 말,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의 다섯 가지다. 얼굴 모습은 엄숙해야 공경함을 가지며, 말을 조리 있게 하면 다스림이 원만해지고, 보는 것이 밝아져야 지혜가 생기고, 듣는 것이 분명하면 일을 도모하기 쉬우며, 생각하는 것을 슬기롭게 하면 성스럽게 된다. 오사는 국가, 사회, 학교, 가정에서 누구든 꼭 필요하다.아무튼 전체가 함께함을 귀하게 여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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