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는 선, 공간의 탄생…리안갤러리, 남춘모 개인전
부딪히는 선, 공간의 탄생…리안갤러리, 남춘모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0.12.17 2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별적 선마다 독립성 부여
회화 순수성 극대화해 연출
남춘모 전시작
남춘모 전시작.

블루나 레드 또는 짙은 검정 등을 조합한 색상만으로도 강렬한데 에너지로 중무장한 선들이 서로 부딪히며 공간감을 형성하는 형상에서는 숨이 멎는다. 리안갤러리 개인전에 선보이고 있는 작가 남춘모의 회화 작품이다.

남춘모 개인전 ‘Line in Space’전이 리안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앤드 워홀 등 팝아트 거장들의 작품과 피카소의 작품을 다량 소장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코블렌츠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끝내고 여는 리안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회화 작품과 드로잉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남춘모하면 부조회화를 먼저 떠올린다. 그는 ‘선’을 모티브로 광목천에 합성수지를 발라 굳혀 만든 선들의 중첩으로 완성한 부조회화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빛의 변화에 따라 도드라지는 입체부조의 색채와 그림자의 살아 꿈틀 대는 역동성은 남 작가 부조회화의 매력점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회화의 근원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다. 회화의 기본 요소인 선을 통해 회화의 순수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선대 작가들의 선을 활용한 여백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에 영감 받은 그는 선을 하나의 독립적 요소로 인식하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번 전시도 지금까지 그가 견지해온 태도를 그대로 따른다. 전시 제목 ‘공간 속에서의 선(Line in Space)’에서 알 수 있듯 화면에 다양한 선을 배치하며 선이 공간에서 어떻게 변모해가는지를 탐구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들 역시 표현법은 잘라도 부조회화의 핵심 요소인 △선 △색채 △역동성 등에서 연결성을 드러낸다. 특히 선을 활용해 여백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에 영감을 받아 선을 하나의 독립적 요소로 인식하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남춘모 특유의 스타일은 오롯이 고수되고 있다. 결국 이번 전시는 작가가 늘 고민해온 회화의 문제와 공간 속의 사물성 문제를 새롭게 제시하는데 의미를 두는 것으로 읽힌다.

전시작 ‘Stroke lines’(2020) 연작에서는 여러 선들을 겹치며 두꺼운 직선이 절제된 형태로 표현했으며, 격자 무늬를 확대해 크기 및 여러가지 색을 혼용하여 변화를 주면서 단번에 그어진 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감이 흐른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더욱 풍부한 화면을 연출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Lines’(2019)연작은 천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후 하나하나 잘라 콜라주로 붙여 완성했다. 캔버스 바탕 위에 광목 천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붙여가며 수직과 수평의 격자 골조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화면에 공간감을 구축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철을 남기는데, 선들은 각기 다르게 표현되며 의도치 않은 또다른 결과물을 낳는다. 이와 더불어 평면 캔버스 위에서 이루어지는 선들의 율동감 마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곡선을 주조로 한 설치 조각 ‘Spring’(2020)은 작가가 구상한 공간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남춘모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대구와 독일 쾰른의 작업실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한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중국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최근에는 대구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의 국내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19년에는 독일 코블렌츠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유럽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