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샀어요”…책 표지가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예뻐서 샀어요”…책 표지가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 류지희
  • 승인 2020.12.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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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사로잡는 감성적인 디자인과 제목
불경기에도 에세이 유독 인기 많은 이유
표지 만족도 높으면 소비 심리도 높아
정보보다 느낌으로 구매하는 경우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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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트렌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종이책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독립서점, 동네 책방 등의 문화복합공간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도서 구매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독서 문화에 부는 디자인 바람

갈수록 책 소비인구와 판매율이 줄고 있다. 특히 휴대성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독자들이 많아지면서 e-book 구매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기존의 종이책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레트로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트렌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종이책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이책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적인 자극과 감성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각종 편집숍과 디자인 독립서점, 동네 책방 등의 문화복합공간이 곳곳에 관광지로 큰 관심을 끌면서 소비자들의 도서 구매 경로가 더욱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하는 이유도 보다 다채로워졌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필요성이 주목적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책의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도 책을 구매하는 이른바 ‘소장용 도서’ 트렌드가 있을 정도이다. 가령, 에세이와 자기계발 장르의 도서가 이에 해당되는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내용은 물론이고 예쁜 표지 디자인과 감성적인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독자들이 공감대를 느끼고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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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 분석에 따르면 에세이 및 자기계발 도서가 타장르의 도서에 비해 불경기에 더욱 판매율이 높아지는 원인은 감성적인 표지 디자인 때문이라고 말한다.

힐링 에세이집 ‘어른이 처음이어도 괜찮습니다’는 팍팍한 어른 살이에 대한 담담한 위로가 고스란히 담긴 서정적인 제목과 친근한 일러스트 표지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책 표지에 끌려 읽게 되었어요“, ”펭수가 책을 쓴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책 제목만으로도 정말 위로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와 같은 많은 공감과 애정의 찬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에세이 열풍’의 주역들을 살펴보면 문장형의 긴 제목과 캐릭터이미지가 유처럼 번지고 있어 출판업계의 북커버마케팅 경쟁이 더욱 가중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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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자기계발 장르의 도서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내용은 물론이고 예쁜 표지 디자인과 감성적인 제목만으로도 독자들이 공감대를 느끼고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출판업계 차별화된 마케팅 경쟁 치열
사은품·굿즈로 소비심리 자극하기도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구 시각디자인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에세이 및 자기계발 도서가 타장르의 도서에 비해 불경기에 더욱 판매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감성적인 표지 디자인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북 커버 디자인은 독자가 책의 내용에 관심을 끼치는데 높은 영향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책의 구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일수록 그렇지 않은 도서에 비해 북커버에 대한 만족도와 그에 따른 소비심리가 훨씬 더 높다고 통계 된 바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정보보다도 1차적인 첫인상으로 책의 제목이나 표지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직관적인 흥미와 관심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원래의 책 제목과 표지를 변경하고 장기간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들이 시즌마다 벚꽃 에디션, 크리스마스 에디션 등 표지 리뉴얼을 진행하는 것도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마케팅 심리를 잘 이용한 예이다. 이는 종이책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의 출간을 기반으로 하는 웹 소설, 웹툰 시장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단 한 번의 클릭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웹 문학시작에서는 하루에도 몇 천 건씩 쏟아지는 작품들 사이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표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된다.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의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출판업계에서는 책의 제목, 이미지, 컬러를 우선순위로 북 디자인 전략을 기획한다. 좋은 내용의 책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전에, 표지 디자인이 먼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펭귄을 마스코트로 사용하는 영국의 출판사인 ‘펭귄 클래식 코리아’는 색감을 이용한 성공적인 책 표지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싼값에 질 좋은 책을 읽자’는 모토로 운영하는 만큼 저가의 책을 내놓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세련된 표지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패턴과 간단한 그래픽을 사용한 디자인을 선호하며, 책의 내용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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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마스코트로 사용하는 한 출판사의 책은 색감을 이용한 성공적인 책 표지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나의 아이콘이 된 英 ‘펭귄 클래식’
장르별 색 지정·에디션 출시 관심 유도

펭귄 클래식 코리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검은 띠가 둘러진 표지이다. 이는 주로 예부터 수많은 독재주의 국가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오랫동안 그것을 그대로 차용해 왔다. 그런데 펭귄 클래식 코리아가 서양 고전 피터팬, 어린 왕자 등 일곱 권을 세트로 신작을 발행하면서 기존에 내놨던 블랙 계열의 단조로운 책 표지의 색을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깔로 구성된 ‘마카롱 시리즈’로 변화를 주었다. 이를 계기로 알록달록한 색감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3000부 이상이 팔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심지어는 기존 디자인의 세트를 구매했던 사람들까지 마카롱 시리즈로 재구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펭귄 북스는 책의 근본적 목적인 잘 읽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여러 권의 책이 있어도 보는 사람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책 이름의 가독성을 키웠고(이 전에는 날려 쓴 필기체로 멋들어지게 썼다), 장르별로 색을 나누어 현재와 같은 디자인을 브랜드 이미지로 구축하였다. 덕분에 역대 표지 디자인을 모아놓은 책까지 출판했으며, 정기적인 리커버링 외에도 몇 주년 기념 등 여러 에디션을 표방하며 표지갈이를 통해 출판하고 있어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러스트 이미지를 사용한 책 표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핫한 북 커버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러스트 캐릭터 삽화 및 그래픽을 컨셉으로 출간된 도서는 관련 굿즈와 함께 제작되어 독자들의 소장 욕구와 구매심리를 더욱 극대화한다. 어떤 독자들의 경우, 함께 수반되는 굿즈를 수집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기도 하는 등 출판업계에도 북 브랜딩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추리소설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은 기존의 표지 디자인은 얇은 선을 이용한 단조로운 그림체였으나 책 표지 전반에 걸쳐 변화를 준 결과 훨씬 눈길이 가는 북커버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책 제목인 딸기 타르트 일러스트이미지를 표지 전면에 강조하였고, 제목을 중앙 정렬하여 깔끔한 폰트로 바꿈으로써 추리소설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커버로 탈바꿈하였다. 동일한 컨셉의 마스킹 테이프는 사은품으로 구성되어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구매율 또한 높여주었다.

이처럼, 책 한 권을 고스란히 담아내야하는 북 커버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고 눈에 띄게’가 아니다. 이용자의 관심과 반응을 분석하고, 기존 북 커버의 조형적 요소와 표현 방법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북 커버 디자인의 중요성 및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철저하게 사용자의 니즈와 작가의 의도를 잘 조화하여 표현되어야 하는 심리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이다. 화장품과 패션에도 트렌드가 있듯이 책표지에서도 트렌드가 있어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심리상을 읽어낼 수 있다. 독서라는 행위는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지식을 다각적 측면에서 해석하고 잘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중요한 지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책의 내용을 보다 쉽고 함축적으로 전달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는 효과적인 디자인이 지적 희열감과 감퇴되어가는 독서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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