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WC 시대’의 희망백신
[박명호 경영칼럼] ‘WC 시대’의 희망백신
  • 승인 2020.12.20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WC. 웬 화장실? 화장실이 아니라, 여기서 WC는‘코로나와 함께(With COVID-19)’란 의미다. 코로나 이전 시대인 BC(Before COVID-19)를 거쳐 코로나 이후를 뜻하는 AC(After COVID-19) 시대에 돌입하였고, 지금은 바야흐로 WC 시대다. 앞으로 면역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가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올해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겨울에 접어들면서 더욱 극성을 부려 12월에는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 국민들 모두가 불안하고 또 두려워한다.

백신 접종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8일 영국은 세계최초로 접종을 시작하며, 그 날을 ‘승리의 날’로 선포했다. 미국도 지난주 초부터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백신을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비상작전에 미국 국민들은‘희망을 실어 나른다’며 환호했다. 내년 여름이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진국들은 대략 2022년 중순이 되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지가 여전히 깜깜이다. 아마도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WC)’살아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그렇다면 ‘WC 시대’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시대 변화의 흐름과 변화의 모습을 정확히 읽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우리는 뷰카(VUCA) 세상에 살고 있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모습이다. 우리 삶의 어느 부분에서도 더 이상 안정적이거나 확실한 것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기업은 뷰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관점을 지녀야 한다. 기업생존과 성공을 위한 전략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방법을 기민하게 찾아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피보팅(pivoting)’을 한 방도로 제안했다. 피벗(pivot)이란 어떤 점을 중심으로 잡고 있으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핸드볼이나 농구에서 한 쪽 다리를 땅에 붙여 축으로 고정하고, 다른 쪽 다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말한다. 기업으로서는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제품, 전략, 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계속 테스팅 하면서,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보팅은 코로나19시대에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정부가 반드시 실천해야할 혁신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WC 시대’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무쌍한 시대 변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또 변화에 과감하게 맞설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WC 시대’에 기업에게 요구되는 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을 나누는 일이다. 코로나19로 만남과 교류는 이미 무시무시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희망을 꿈꾸는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그것을 실천하는 열정과 용기를 지녀야 한다. 다행히 여러 기업들이 나눔·상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위기에 처한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지난 3월 SK그룹이 주도하고 10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한‘행복얼라이언스’는 급식 중단으로 위기에 놓여진 1천500여명의 결식 아이들에게 한 달간 4만 2천끼니를 제공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도‘코로나블루(우울증)’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9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상담 공간‘리조이스’를 열고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아동·청소년의 집단예술치유 프로그램 ‘마음톡톡’을 실시해온 GS칼텍스가 올해는 ‘교실힐링’프로그램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따스함과 정(情)을 나누는 희망의 실천은 우리 모두가 ‘WC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고의 백신이며, 절망을 극복하는 방역이다. 하지만 희망백신의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달성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인생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목적은 성장하고 나누는 것이다. 인생에서 해온 모든 일들을 되돌아볼 때, 당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고 그들을 이긴 순간보다 그들의 삶에 기쁨을 준 순간을 회상하며 더 큰 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해롤드 쿠시너의 말을 되새기며, 나눔의 희망백신을 즐겁게 전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