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부 (貧父)
빈 부 (貧父)
  • 승인 2020.1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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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일

왕복 여섯 시간

걸어걸어 은척 장날

어려운 살림 그나마 비계 두 근

귀갓길 뭉어리 고갯마루 당산목

개개비 둥지 속 새끼들 부리 벌려

애타게 어미를 기다리네

쇠여물 쑬 적에

아궁이 한 켠

장작불에 고이 구워

동그란 입 한껏 벌려

맛있게 먹으려마

얼른 자라 애비 봉양일랑 생각 말고

예쁜 꿈을 꾸며

꽃길만 걸으려마

내 새끼들 배 채울 적

아버지는 빈 소주만 마셔도

배가 불러 오는구나

◇허행일= 1968년 대구 출생.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낙동강문학 발행인, 영남일보 자유기고가, 한국시민문학협회 사무처장, 대구앞산 고산골 등산로 시화배너 詩선정위원장.

<해설> 모든 동물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회귀본능이 강해진다. 가시고기가 자신의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희생하는 것처럼,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산란을 하고 장엄하게 죽어간다.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 난 숲을 향한다던가?

하지만 연어나 은어, 꿀벌 같은 동물들의 회귀본능은 생존과 생식을 위하여 나타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의 그것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응집되어 문학과 예술로 표현된다.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의 주인공 영달·정씨·백화처럼 날마다 그리워하며 꿈을 꾸는 고향처럼. -이현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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